28. 살면서 우울감을 느낀다면....(3)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은 제발 나 같은 경우가 애초부터 없기를, 안 생기기를 바란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가 100만명을 넘었고, 이중 2~30대가 35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그룹이 젊은이다. 그만큼 현대를 사는 젊은이들의 삶이 팍팍하고 힘들고 미래를 예측하거나 보장받기 어렵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사는 재미가 없다. 그래서 정신적으로 어려움이 찾아온다.
나는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소름이 끼친다. 사실 한 번 우울증에 빠지면 벗어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약으로 우울증을 완치했다는 경우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고, 다만 증세를 악화시키지 않는 정도라고 알고 있다. 그리고 한 번 우울증에 걸리면, 설령 좋아졌다고 하더라도 어떤 또 다른 계기에 의해 쉽게 재발하고, 또한 그 정도는 점점 심해진다고 보여진다. 종국에는 슬프게도 자살에 이르기도 한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2023년 자살 사망자 수는 1만 3,770명이다. 매일 38명가량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것이다. OECD 자료에 따르더라도 우리나라는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자 수는 2020년에 24.1명으로 OECD 평균 11.1명의 2배가 넘고, 2003년 이후 줄곧 회원국 42개국(현재 38개국) 중 자살률 1위를 달리고 있다.(2016년, 2017년 2개 년도만 1위 자리를 내 줌) 이 수치는 2위와도 압도적 격차라서 감히 따라올 수 없단다.
우리가 보기에 그렇게 바쁘게 돌아가는 일본과 미국만 해도 15명대에 불과하다. 참으로 씁쓸하다.(뭐 좋은 것이라고 단연 1위, 최장 1위를 계속하고 있는가? 최근 막을 내린 2024 파리 올림픽까지 여자 양궁 단체전 10회(40년간)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따라잡으려고 하는 것인가?)
이러한 자살 사망자 수의 문제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일단 전체 인구의 사망원인 중 자살이 5위다. 암, 심장질환, 폐렴, 뇌혈관 질환에 이어 5번째다. 위 네 가지 원인은 모두 질병인데, 질병 이외의 외부요인 중에서는 단연 1위다. 많은 국민들이 그렇게 염려하는 당뇨, 고혈압, 치매 원인보다 높고, 또한 오래도록 문제가 되어 왔던 교통사고는 불과 7.7명인데, 자살률은 그것의 4배다.
두 번째로 주목할 점은 자살의 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이 정신적 문제이다. 자살의 주된 원인은 정신적 문제(39.8%), 경제적 문제(24.2%), 육체적 질병, 만성 신체 질환(17.7%)이다. 더구나 전체 자살 사망자의 56.2%가 정신질환 이력이 있었던 경우다. 정신질환자만 놓고 보면, 자살률은 215.5명으로 전체 평균 24.1명보다 약 9배가 높다. 정신적 문제는 대개가 우울증이다. 사회 전체가 우울의 뿌연 안개에 덮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씁쓸하다 못해 화가 난다. 자살 사망자 수는 기본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2배 정도 많다. 자살 원인은, 남성·여성을 통틀어 나이대로 분류하면 대개 젊을수록 정신적 문제가 원인이다. 여성만을 놓고 보면 전 연령대에서 정신적 문제가 자살 원인 1위다. 중년은 경제적 문제, 노년은 육체적 질병이 그 원인이다.
그런데 10대, 20대, 3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다. 젊은 죽음 중 가장 많은 원인이 자살이라는 것이다. 40대, 50대마저도 자살이 사망원인 2위다. 어떻게 50대 이하의 죽음에서 자살이 그 수많은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보다 많다는 말인가?
여기에 최근 추세를 보면 우리를 더 암울하게 만든다. 최근 40대 이상의 자살률은 소폭 감소한 반면, 10대와 20대의 자살률은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대 여성의 자살률 및 10대 남성의 자살률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가장 최근인 2024년 8월 7일 아시아투데이의 보도에 따르면, ‘24년 5월까지 자살 사망자 수가 작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는 것이다. 진짜 자살 금메달 10회 연속으로 가려는 것일까?
내가 왜 이렇게 길고 지루하게 자살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일까? 그건 위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자살의 주 원인이 정신적 문제 즉 우울감 또는 우울증이며, 특히 젊은이들의 자살은 거의 대부분이 이런 정신적 문제이며, 이런 현상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전체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최후의 극단적 선택을 하겠는가? 내가 살짝 그런 경험을 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그 심정을 이해는 한다. 그들은 버티고 버티다가 더 이상 출구가 보이지 않을 때, 현실의 괴로움을 회피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자살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나는 이를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라고 본다. 우리 사회가 황금 숭배, 무한경쟁 및 경쟁 만능주의로 인해 나만 잘 먹고 잘살면 된다는 의식이 팽배해진 반면, 사회적 약자에 대해 적정한 보살핌과 제도적 배려 등을 주지 못해서 생긴 집단적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무한 경쟁사회에서 필연적으로 소수의 승리자와 다수의 승리하지 못한 자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럼 승리하지 못한 자는 무능하거나 낙오자인가? 그렇지 않다. 한정된 무엇인가를 모두가 다 골고루 나눠가질 수 없는 경쟁에서 이기지 못했을 뿐, 쓸모가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전편에서 언급한 명리학에서 사람은 다 각자의 쓰임을 가지고 태어났는데, 그 쓰임이 경쟁에 적합하지 않았을 뿐일 것이다.
예를 들어 망치의 쓰임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쳐보자. 망치는 못을 박을 때 쓰이는 도구다. 당장은 날카로운 칼이 쉽게 이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엇이든 벨 수 있는 칼이라 한들 못을 박을 수 있는가? 더구나 세상은 칼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망치는 망치로서의 쓰임이 있고, 또 그 쓰임 역시 다 때가 있는 법, 망치 역시도 아무 때나 쓰이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언젠가부터 소수의 승리자와 다수의 패배자로 나누어 패배자를 마치 낙오자 또는 무능한 자로 여기는 또는 여기게끔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소수의 승리자가 전리품을 독점하고, “너희 패배자들은 낙오자이니 그냥 묵묵히 따라오기만 해”라고 말하고 있다면 과언일까? 나는 이러한 경쟁 만능과 물질 만능의 사회 심리적 이데올로기가 우리 사회 전체를 우울하게 하고, 더불어 우울한 사람을 양산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사회가, 국가가, 정부가, 이런 사회적 약자들에게 따뜻한 보살핌의 우산을 넓게 펴줘야 한다. 나는 여기서 그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겠다. 사실 나도 잘 모른다. 정부와 전문가 그룹이 깊이 분석하고 연구해서 최선의 방안을 하루빨리 찾아내길 바랄 뿐이다.
나는 다만 개인적으로 우리 젊은이들이 어떻게 하면 우울함을 겪지 않고, 또는 우울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를 내 경험과 사유를 바탕으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