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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선 Dec 16. 2024

41. 나는 왜 상사들이 싫어했을까?

고집 쎈 놈

예부터 고집하면 , , . ‘경상북도 경주에 있는 안강읍 최씨를 말한다는 설도 있지만, 주로 안씨, 강씨, 최씨 순으로 고집이 쎄다라는 말로 통한다.      


내가 살아보니 과연 그렇더라. 안씨는 상대적으로 희귀성씨라서 기억하기 쉽다. 우리 직장에서 두 분의 안씨 선배를 만났는데, 두 분 다 고집이 장난이 아니었다. 혀를 내두를 만큼.     


나는 강가(姜家)이다. 내 여동생 강가는 내가 봐도 고집이 쎄다. 집에서 자기 고집대로 다 한다. 나름 고집이 있다는 내 매제도 꼼짝 못한다. 나는 여동생에 비하면 고집이 쎈 편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나도 끝까지 고집을 부린다. 남들은 나한테 고집이 만만찮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여자는 남자 하기 나름이다라는 말이 있다. 물론 그 반대도 있다. 우리 조직에서도 누구나 자기 하기에 따라 타인들에게 인식된다. 같이 근무하기 좋은 사람, 그저 그런 사람, 싫은 사람 등으로 분류될 것이다.     


나는 어떠한가? 나를 좋아한 상사분들이 몇이나 있었을까? 이 글을 쓰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일일이 확인해 본 것은 아니지만, 별로 많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에 나와 친한 우리시 간부 공무원이 술 한잔 하면서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알기로 대부분의 간부들이 당신을 꺼려하더라. 승진 심사할 때 후보자 명단을 두고 당신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사람은 드물더라     


왜 그랬을까?      


나는 일을 하면서 고집을 부렸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어디서든 하고야 말았다. 말이 많아지고, 목소리가 커지고, 얼굴을 붉히며 상대가 누구든 어떻게든 끝까지 내 의견을 관철시키고 상대방을 설득하려고 했다.      


상대가 교수든 시민단체든 시의원이든 내 생각과 맞지 않고, 그들에게 뭔가 사사로운 감정이 섞여 있거나 경우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될 때는, 내 뜻을 굽히지 않았다. 어떤 젊은 여성 시의원은 나를 무섭다고도 했다. 심지어 한 번은 내 업무와 관련있는 매우 영향력 있는 노조 간부들과, 또 한번은 어떤 교수님이랑 욕설을 섞어가며 싸운 적도 있다. 물론 그 때마다 바로 다음 날 당시 정무부시장님께 불려가서 주의를 받았었다.     


우리시 내부적으로 부시장단과 회의할 때도, 박원순 시장님께 보고할 때도 하고 싶은 말을 다했다. 초임 과장일 때 직속상관 실장님께서 입을 재봉틀로 박아버릴라라고도 하셨고. 고참 과장일 때 회의석상에서 부시장님은 강과장, 너 조용히 해! 너만 얘기하냐?”라고 하신 적도 있다.      


이런 사소한(?) 일 말고도, 나는 서울시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윗분들께 대들어 총 4번의 유배(예기치 않은 좌천성 인사발령)를 당했었다.(이미 앞글 나는 4번의 유배를 당했다에서 자세하게 이야기 함)     


이 모든 게 내가 옳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겸손하지 않은 오만함으로 가득 찼기 때문이다.      

보통 윗사람은 그 일과 관련하여 직원보다 많은 정보를 가지며, 다양한 방향과 이유를 가지고 넓게 본다. 그래서 일을 지시하고 그 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머릿속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좁은 시야로 그런 윗사람들의 뜻을 헤아리지 않고 내 생각을 고집했던 것이다. 마치 내가 다 옳은 것인 양, 윗사람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그 당시 나는 내 의견이 맞다고 끝까지 우겼고, 그렇게 해서 결과가 잘된 일도 간혹 있었다. 그럴 때 나는 그럼 그렇지, 거 봐 내가 맞잖아하면서 내심 으쓱하기까지 했다. 바보.      


나는 멀리 보지 못했다. 설령 내가 옳다 해도, 시간을 가지고 그 분들께 설명을 드려서 충분히 내편으로 만들어 일을 더 수월하게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놈의 당장 뭘 하려고 하는 고집때문에. 지금은 100% 후회한다.      


나 같은 사람에게 옛 선현이 말씀하셨다.      


상선약수(上善若水)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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