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우울하고 가끔 즐겁습니다. 3
금방 끝날줄 알았던 약 복용도 3년 넘어갈때였다.
병원에 들어가면 늘 똑같은 질문과 대답이 반복됐다.
“상태 괜찮으세요?”
“네, 괜찮습니다.”
대화는 더 늘어나지 않았다. 병원에 갈때마다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패턴에 지쳐갔다. 요즘 기분이 내려가는 일이 있었는지, 좋은일이 있었는지 물어봐야하는거 아닌가? 의사 선생님은 더 묻지도 않고 진료가 끝났다.
나도 무언가를 더 대답해야 하는데 떠오르는 거 없어서 나도 넘어갔다. 점점 지겨워져갔다.
병원을 다시 옮길때가 왔다.
옮길 병원을 찾아 G에게 묻고 싶지만 연락을 안 한지 오래되었다.
그냥 혼자서 검색해서 찾아보았다. 그렇게 찾아본 곳은 집에서 멀리 있는 G병원이었다.
혹시나 해서 진료기록을 받고 G병원에 전화해서 예약을 잡았다.
예약날 당일 G병원에는 사람이 많이 있었다. 이전에 다녔던 두 병원 대기자를 다 합해도 모자랄 정도였다. 좋은 병원이라는 신뢰감과 동시에 많은 사람이 아프다는걸 알았다.
앉아있는 환자들의 얼굴은 모두 평범했다. 지나가면서 한 번쯤 봤을 얼굴들.
그들은 평범한 모습속에 자기만의 지옥을 품고 살았다.
다들 덜 힘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내 차례가 돌아왔고 진료실에 계셨던 의사 선생님은 남자셨다. 목소리는 작고 잔잔했지만 진지했다. 목소리가 작으셔서 귀가 나쁜 나는 듣기가 어려웠다. 들으면서 몇 가지는 듣지 못했다.
그 후로 몇 번 오가면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그동안 별일은 없었는지, 취미가 있는지 기타등등 이것저것 물어보셨다. 짧은 상담이 오가며 진료를 받았다.
의사선생님은 환자로서 나의 생활을 좀 더 알고 싶은 기색이 느껴졌다. 선생님의 질문에 나는 생각을 하며 대답을 했다.
나의 기분을 듣고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 이것저것 말씀해주셨다.
나의 취미는 혼자서 하는게 많았다. 책 읽기, 글쓰기, 코인 노래방 가기.
선생님은 정적인 취미가 많아서 활동적인 취미를 가지라고 했다.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 혹은 몸을 움직이는 운동을 권하셨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정적인 취미를 즐기고 있다. 병원을 옮기기 전부터 내가 먹는 약은 한알과 반알이었다. 이 적은 양으로 1년 넘게 먹고있었다.
다 먹으면 다시 병원가고 다 먹으면 또 병원가고 이제 그만먹고 싶었다. 그날에도 병원에서 상담을 주고받다가 그만 먹어도 되냐고 물어봤다.
단약의 위험성,
약의 의존성들이 나의 불안감을 키웠다. 선생님은 먹고있는 약이 아주 초기 단계의 약이니 그만먹어도 괜찮다고 말씀하셨다. 그뒤에 이런 말씀도 하셨다 “약을 도구라고 생각하세요”
부담가지지 말라는 말씀이셨다. 나는 마음이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