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집에 살지만 다른 리듬으로 사는 부부

깨우는 사람, 깨어나는 사람

by 여담

나는 잠자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알람 소리 없이, 더는 못 자겠다 싶을 때까지 자고 일어나는 게 내 삶의 소소한 행복이다. 누가 깨우지 않으면 12시간 넘게 자기도 한다. 현재 나는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 교대근무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도 야간 근무 전, 늦게까지 잘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내에게
“내일 야간 출근이야”라고 말하기보다
“내일 늦잠 자는 날이야”라고 말하곤 한다.
그만큼 잠을 좋아한다.

아내는 아침에 출근해 저녁에 돌아오는, 일반적인 근무 패턴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디 놀러 가거나 약속이 있는 날이면 나는 3시간 정도만 자거나, 아예 잠을 못 자고 하루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이런 날에는 거의 40시간 가까이 잠을 자지 못한다. 몇 시간 못 자고 일어나면 머리가 아프고 눈앞이 흐려진다. 그런 나를 아내는 늘 이해하려 하고, 최대한 배려해 주려고 한다.

어느 날, 평소처럼 야간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잠에 들었다. 그날은 오랜만에 아내와 점심 데이트를 하기로 한 날이었다. 나는 집에 오자마자 잠들었고, 아내는 내가 자는 동안 집안일을 해두고 약속 시간까지 기다려 주었다.

시간이 되어 아내가 나를 깨우러 방에 들어왔다. 나는 아내의 목소리를 듣고 바로 일어나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런데 갑자기 아내가 눈물을 흘렸다. 혹시 약속 시간보다 너무 늦게 일어난 건 아닐까 싶어 급하게 휴대폰을 확인했지만, 시간은 아직 지나지 않았다.

나는 울고 있는 아내에게 다가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아내는 별일은 아니라며, 몇 시간 못 자고 힘들게 일어나는 내 모습이 안쓰럽고, 혹시 자기 때문에 힘든 건 아닐까 미안해서 눈물이 났다고 했다.

나는 아내를 안아주며 정말 괜찮다고, 많이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게 달래고 우리는 밖으로 나가 평소처럼 즐겁게 데이트를 했다.

나는 원래 잠에서 잘 깨어나지 못하는 편이다. 출근을 위해 알람을 세 개씩 맞춰놓고, 정말 지각 직전에야 겨우 일어난다.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날 때면 스트레스를 꽤 받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내가 나를 깨우는 소리가 들리면, “일어나야지”라는 생각보다 몸이 먼저 반응한다. 잠에 취해 정신도 못 차린 상태인데, 몸은 알아서 침대에서 내려와 화장실로 향한다. 10시간을 자고도 알람에 일어나면 힘들어하던 내가, 3시간도 못 자고 아내의 목소리에 깨면 일단 움직인다.

물론 머리가 아프고 눈이 잘 안 보이는 건 똑같다. 그렇다고 힘들지 않다는 건 아니다. 다만 힘들어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연애할 때, 몇 번 약속 시간보다 더 자서 아내를 서운하게 만든 적이 있었다. 그때 정말 많이 미안했다. 그 이후로 아내가 나를 깨우면, 아내가 서운하지 않게 바로 일어나려고 노력했다.

그 덕분에 결혼을 하고 함께 살고 있는 지금은, 아내의 목소리가 어떤 알람 소리보다도 나를 잘 깨운다. 물론 매번 그런 건 아니다. 아내가 깨워도 “조금만 더”를 외치며 못 일어나는 날도 많다.

그래도 이제는 나와 아내 둘 다 서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는 아내의 목소리에 몸부터 움직이게 되었고,
아내는 내가 피곤하지 않도록 내가 자는 동안 집안일을 해두고, 집 안을 조용히 다닌다.

서로 다른 생활 패턴 속에서 살아가는 부부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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