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 번 만나는 사람

밥이나 한번 먹자

by 여담

나에게는 어렸을 때부터 오래 알고 지낸 형이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처음 교회를 나가기 시작했을 때 만난, 두 살 위 형이다. 하나님을 믿는다거나 신앙이 뭔지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나는 매주 형과 놀기 위해 교회를 나갔다.

아침 일찍 예배가 끝나면 형과 함께 교회 앞 김밥천국에 가서 돈가스를 먹고, 근처 피시방이나 코인 노래방에 갔다. 매주 일요일마다 교회 가는 날이 기다려지던 이유였다. 고작 두 살이 많았을 뿐인데, 형은 나에게 늘 어른처럼 보였다.

맞기도 엄청 맞았다. 괴롭힘이 아니라, 내가 부모님께 잘못을 하거나 생활 태도가 흐트러질 때였다. 첫째인 나에게 친형은 아니었지만, 정말 친형처럼 나를 신경 써주는 사람이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 운동선수를 준비할 때도 형에게 많은 조언을 구했다. 특별한 해답이 나오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었지만, 그저 문제를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됐다. 학창 시절 큰 사고 없이 지낼 수 있었던 데에는 이 형의 몫이 컸다.

형이 성인이 되어 지방으로 대학을 다닐 때는, 고등학교가 끝난 후 시외버스를 타고 형의 자취방에 놀러 가 자고 오기도 했다. 대학교를 구경시켜 주고, 당시 막 나온 VR 기기로 놀아주던 기억이 난다.

나도 성인이 되고 군대를 다녀온 뒤에는 형이 공익으로 군 복무를 하면서 자주 만났다. 적게는 일주일에 두 번, 많게는 거의 매일이었다. 그때 형에게 수영과 헬스를 배웠다. 근무가 끝나는 시간에 형의 근무지로 찾아가 함께 운동을 했다.

형의 취미는 노래였다. 나는 형을 따라 처음으로 녹음실에 가봤고, 뮤지컬도 처음 봤다. 형은 나에게 정말 많은것을 보여주고 알려주었다.

시간이 흘러 내가 결혼을 하고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형과는 거의 만나지 못하게 됐다. 가장 최근에 만난 건 내 결혼식 날이었다. 나는 형에게 축가를 부탁했다. 하지만 결혼식 당일은 너무 정신이 없어서, 축가가 끝난 뒤 정말 스쳐가듯 인사만 나눴다.

결혼식이 끝나고 세 달쯤 지나, 아내가 축가를 해준 지인들에게 따로 보답을 했느냐고 물었다. 그제야 확인차 형에게 전화를 했다. 알고 보니 그날 친동생도 너무 정신이 없었는지, 형은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너무 미안한 마음에 따로 보답을 하겠다고 하자, 형은 괜찮다며 말했다.

“다음에 밥이나 한번 먹자.”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늘 기약 없는 인사말처럼 쓰던 말이었는데, 형에게서 나오니 어색하게 느껴졌다. 형과는 나눠본 적 없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문장이었다.

전화를 끊고 형에게 문자가 왔다.


“너 바쁜 거 아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 제수씨 임신도 하셔서 힘드실 텐데 얼른 집에 가서 청소랑 빨래 해놓고 밥 챙겨드려. 나중에 시간 날 때 오랜만에 녹음실이나 가자. 형은 시간 많다.”


그 후로 아직까지 형과 만나지 못했다. 시간이 정말 없었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만도 않았다. 다만 내 일상에서 형이 차지하는 비중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오늘, 형에게 다시 연락을 했다. 특별한 대화는 아니었지만, 오랜만의 연락이 어색하지 않다는 사실에 안심이 됐다. 정말 가깝다고 믿었던 사람과 멀어지는 건 아닐까, 나도 모르게 불안했던 것 같다.

형은 여전히 말했다. 빨리 집에 가서 집안일 열심히 하고, 아내 힘들게 하지 말라고.

그리고 마지막에, 내 마음을 아는 것처럼 이렇게 덧붙였다.


“결혼하고 사회생활 하다 보면, 1년에 한 번만 만나도 엄청 친한 거래. 올해는 결혼식 때 한 번 봤으니까 됐다. 내년에 날 따뜻해지기 전에 한번 보자.”


나는 “알겠어”라는 말만 남기고 연락을 끝냈다.

예전에는 사람을 자주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1년에 한 번 만나더라도, 편하고 반갑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된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형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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