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잘 살고 있습니다.
뭔가를 도전하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면 꼭 옆에서 들리는 말이 있다.
“잘 돼야 될 텐데.”
고등학교 시절 운동을 하겠다고 했을 때도 그랬다. 남들 다 공부해서 대학 가는데, 지금 운동해서 졸업하면 뭐 할 거냐는 말들이 이어졌다. 걱정과 충고가 섞인 말들의 끝에는 늘 같은 문장이 붙었다.
“잘 돼야 될 텐데.”
어찌어찌 대학에 들어가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자퇴 후 취업을 하겠다고 했을 때도 비슷했다. 남들은 대학교를 나와도 취업이 어렵다더라, 고졸을 누가 월급 많이 주고 데려가겠냐, 대학을 다니면서 천천히 생각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말들. 그리고 역시 마지막은 같았다.
“잘 돼야 될 텐데.”
어느 순간부터 궁금해졌다.
‘잘 된다’는 건 도대체 뭘까.
“잘 돼야 될 텐데”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잘 되는 게 뭐냐고. 대답은 크게 두 가지였다. 돈을 잘 버는 것, 그리고 남들에게 인정받는 것. 표현은 조금씩 달랐지만 결국 이 두 가지로 모아졌다.
물론 맞는 말이다.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도, 남들에게 인정받는 삶이 좋은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살아가는 데 있어서 둘 다 필요하고, 있으면 있을수록 편해지는 것들이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돈을 벌고,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아야 성공한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돈을 정말 많이 버는 의사들 중에는 그 돈을 쓸 시간조차 없이 밤낮으로 병원에 묶여 사는 사람들도 있다. 남들에게 인정받는 삶의 대표적인 예시인 연예인들 역시 수많은 박수와 관심을 받지만, 사소한 실수 하나로 큰 비난을 감당해야 한다. 실제로 많은 연예인들이 정신과 약에 의지해 하루를 버텨낸다고 한다.
이들의 삶은 분명 흔히 말하는 ‘잘 사는 삶’이다. 하지만 그런 삶이 정말 잘 사는 삶일까. 돈과 인정이 많아질수록 삶이 단단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쉽게 부서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나는 앞에서 말한 ‘잘 사는 삶’과는 거리가 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취업한 직장에서 받았던 월급은 160만 원이었다. 사람들이 걱정하던 바로 그 선택의 결과였다. 최저시급에 딱 맞는 월급을 받으며 일을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 조금씩 경력을 쌓았고,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이직을 했다. 그 무렵에는 지금의 아내와 결혼을 생각하고 있었다. 잘 살고 싶다는 마음에 욕심도 났고, 그래서 이것저것 준비해 다시 한 번 직장을 옮겼다.
지금 나는 엄청 좋은 직장에서 엄청 많은 돈을 벌지는 않는다. 다만 이름을 말하면 대부분 아는 안정적인 회사에 다니며, 남들 버는 만큼의 월급을 받으며 살아간다.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한 삶을 사는 사람들은 극히 소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살지 못한다. 그리고 나는 그 대부분의 사람들 중 하나로 살아가고 있다.
여전히 배달비가 아까워 맛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배달비가 저렴한 음식점을 고른다. 1년에 몇 번씩 해외여행을 떠나지는 못하지만, 대신 1년에 한두 번은 가까운 곳으로 내가 좋아하는 캠핑이나 여행을 간다.
이런 삶이 잘 사는 삶이 아니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때도 지금도 엄청 잘 살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저축도 하고, 생활하는 데 필요한 만큼은 벌며 산다. 다른 사람들에게 크게 인정받는 삶은 아니지만,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했고 곧 태어날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아내와 이런저런 고민을 나누며 하루를 보낸다.
이런 내 삶이 나는 좋다.
물론 나 역시 더 많은 돈을 벌고 싶고, 앞으로도 그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예전에 사람들이 “잘 돼야 될 텐데”라고 말했을 때 크게 흔들리지 않았던 것처럼, 앞으로도 나는 남의 속도가 아니라 내 속도를 지키며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살아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