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않았던 상처

아픈것 보다 더 큰 걱정

by 여담

일을 하다 손을 베었다. 피가 꽤 흘렀고 살이 벌어져 있었다. 상처를 보니 이 정도면 꽤 깊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놀라지 않았고, 통증도 거의 없었다. 나는 손을 씻고 지혈만 대충 한 뒤 다시 일을 했다. 일을 멈춰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날은 그렇게 평소와 다르지 않게 퇴근했다.

예전 같았으면 조금 달랐을 것 같다. 손을 한동안 잡고 있거나. 피가 난다는 사실 자체에 놀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은 그 장면을 특별한 사건처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저 일을 하다 생길 수 있는 일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일을 하다 보면 부딪히거나 긁히는 일은 흔했고, 그 정도의 상처는 이제 익숙한 일이었다.

예전에 정강이를 세게 부딪혀 살점이 뜯어졌던 적도 있었다. 그때도 병원에 가지 않고 시간을 보내다 자연스럽게 나았다. 흉터는 남았지만 일상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몸은 원래 그런 식으로 회복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동안 크고 작은 상처가 몇 번 더 있었다. 뼈가 부러진 적도 있었고, 살이 찢어진 적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이 정도는 별일 아니라는 기준이 생겼다. 아픔은 감정이라기보다 관리의 대상에 가까워졌다.

집에 가자 아내는 내 손을 보고 바로 알아챘다. 손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왜 제대로 치료하지 않았냐며 화를 냈다. 나는 정말 괜찮다고 말했다. 그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 순간의 나는 아프지 않았고, 큰일이 생겼다고 느끼지도 않았다. 몸의 상태만 놓고 보면, 정말 별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내의 반응은 내 기준과 많이 달랐다.. 아내는 상처의 깊이를 본 게 아니라 다친 나를 보고 있었다. 얼마나 아프냐는 질문보다 왜 혼자 판단하고 치료도 안 받았냐는 말이 나왔다. 그 얼굴을 보니 그제야 조금 미안해졌다.

생각해 보면 나 역시 아내가 다치면 먼저 괜찮은지부터 묻는다. 아내의 아! 소리에 몸이 먼저 튀어나간다. 상처가 얼마나 큰지 확인하기 전부터, 다쳤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몸이 먼저 움직인다. 나도 아내가 다쳤다는 말에 이유를 묻기보다 속상해하고 화를 냈다. 아내에게는 그날의 내 손이 그런 장면이었을 것이다. 나는 이미 여러 번 경험을 통해 익숙해져 있었고, 아내는 그렇지 않았다. 나는 아픔을 사건으로 보지 않았고, 아내는 그것을 신호로 받아들였다. 누가 더 예민했고 누가 더 무심했는지를 따질 문제는 아니었다. 기준이 달랐을 뿐이었다.

그날 이후 상처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아픈지 아닌지는 분명 내 몸의 기준이다. 하지만 걱정받을 만한지의 기준은 혼자 정할 수 있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사는 사람에게는 다쳤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었다.
나는 여전히 이 정도의 상처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제는 다쳤다로 끝나지 않고 아내가 걱정하겠다고 생각한다. 괜찮다고 말하기 전에, 누군가는 그 모습을 보고 놀랄 수 있다는 걸 먼저 떠올린다. 그리고 그 마음을 가볍게 넘기지 않으려고 한다. 아프지 않았던 상처였다. 하지만 그날 나는, 아픈 것보다 더 많이 걱정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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