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날, 가장 먼저 받은 축하
결혼식 당일 아침, 아내와 메이크업을 받으러 강남에 갔다. 결혼식 당일이라고 특별히 긴장이 되지 않았다. 긴장을 하기에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메이크업도 받아야 했고 사진도 계속 찍어야 했고 식장에서도 할 일이 너무 많았다. 나와 아내는 혹시라도 차가 막힐까 봐 괜히 더 서둘렀다. 그래서인지 예약 시간보다 조금 일찍 샵에 도착했다.
메이크업샵에 들어갔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사람이 정말 많다는 거였다. 드레스를 입은 신부들이 거울 앞에 줄지어 앉아 있었다. 누군가는 화장을 받고 있었고, 누군가는 머리를 하고 있었다. 다 끝난 신부들은 정해진 이모님을 따라 이동했다. 그 사이를 사진 기사님들이 바쁘게 오가며 사진을 계속 찍었다. 모든 게 빠르게 돌아갔다. 멈추는 사람은 없었다. 마치 화장을 해주는 공장 같았다.
신부들이 움직일 때 신랑들은 기다린다. 이름이 불리면 따라가서 머리를 만지고 기다리고, 얼굴에 뭔가를 바르고, 다시 기다린다. 메이크업이 끝나면 옷을 갈아입으러 간다. 신부 탈의실은 여러 개인데, 신랑 탈의실은 하나였다. 그래서 같은 날 결혼하는 신랑들이 전부 그 앞에 줄을 섰다. 생각보다 긴 줄이었다.
나도 메이크업을 다 받고 그 줄에 섰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어색하지 않았다. 누가 먼저 말을 꺼냈는지 모르겠지만 어디서 결혼하느냐, 몇 시 식이냐, 메이크업은 몇 시에 받았느냐, 오는 길에 차는 얼마나 막혔느냐. 그런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했다.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기다리면서 할 게 없었다. 기다리다 보면 급하게 나가야 하는 사람이 생겼다. 그러면 다들 먼저 하라고 비켜줬다. 먼저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사람이 있으면, 남아 있는 사람들이 넥타이를 만져준다. 시커먼 남자들이 둘러싸고 이게 맞나, 조금 더 올려야 하나, 그런 말을 하면 모르는 사람에 넥타이를 정리해 줬다. 누구 하나 시키지 않았는데 다들 그렇게 했다. 넥타이가 완성되면 한 명씩 줄에서 빠져나갔다. 줄에서 빠져나갈 때마다 “잘하고 오세요”, “축하합니다” 같은 말이 나온다. 이름도 모르고, 나이도 모르고,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같은 날 결혼한다는 이유 하나로 그런 말들이 나온다. 나도 응원을 했고 응원을 받으며 나왔다. 그게 되게 자연스러웠다. 메이크업을 마치고 나온 아내가 그 모습을 보더니 아는 사람들이냐고 물었다. 나는 아니라고 했다. 정말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그냥 같은 날 결혼하는 사람들이었다.
결혼식은 솔직히 잘 기억나지 않는다. 너무 정신없이 지나갔다. 어디서 웃었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나중에 사진을 보고 "아 내가 이랬구나" 하고 생각만 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결혼식 당일 가장 또렷하게 남아 있는 장면은 식장이 아니었다. 강남 메이크업샵 탈의실 앞에서, 이름도 모르는 신랑들이 서로 넥타이를 만져주고 잘하고 오라며 응원해 주던 그 장면이다. 아마 그게 그날 가장 먼저 받은 가장 솔직한 축하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