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게 놀다 갔으면 좋겠다
근무 중에 이상한 움직임이 눈에 들어왔다. 입국장 쪽에서 한 승객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 반대편으로 뛰기 시작했다. 보통 입국장은 한 방향으로만 움직인다. 다들 짐을 끌고, 표지판을 따라 천천히 걸어간다. 그런데 그 사람은 반대였다. 잠깐 멈췄다가, 다시 뛰었다.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다.
일을 하다 보면 가끔 이런 순간이 있다. 딱히 이유는 모르겠는데, 느낌상 조만간 일이 생길 것 같은 순간이다. 그날이 그랬다. 그래서 나는 그 승객이 뛰어가는 방향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같이 뛰지는 않았다. 그냥 같은 방향으로,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따라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무전기에서 안내가 나왔다. 게이트 앞에 도움이 필요한 승객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방금 뛰어가던 그 사람이라는 게 바로 떠올랐다. 역시나 싶었다. 나는 무전 내용을 듣고 그 승객이 뛰어가던 게이트로 이동했다.
도착해서 승객을 보니 일본인 청년이었다.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숨이 차 보였고, 주변을 계속 두리번거렸다.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알아보니 여권을 비행기에 두고 내렸다고 했다. 말은 많지 않았지만 많이 불안해 보였다.
절차대로 확인을 하고, 항공기 쪽 직원에게 기내에 여권이 있는지 확인했다.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그 사이 그 사람은 창을 통해 비행기를 바라보다 자기 주머니를 확인했다. 혹시라도 여권이 갑자기 나타나지 않을까 싶은 표정이었다.
잠시 후 항공사 직원이 여권을 들고 나왔다. 직원에게 여권을 건네받는 순간 그 사람의 눈이 커지더니 짧게 외쳤다.
“와!”
아직 그 사람의 여권이 맞는지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그 사람이 확실해 보였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반응했다. 폴짝 뛰었다. 신난 어린아이 같았다. 그다음에는 두 손을 모으고 크게 말했다.
“아리가또!”
몇 번이나 고개를 숙였다. 나는 절차상 그 사람의 여권이 맞는지 확인하고 여권을 건네어드렸다. 그 사람은 여권을 손에 쥔 채 다시 한번 확인하듯 들여다보고는, 바로 입국장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아까보다 훨씬 가볍고 빠르게 뛰어갔다. 아까의 불안은 전혀 남아 있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잠깐 웃음이 났다. 여권 하나로 사람의 상태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 싶었다. 몇 분 전까지만 해도 공항 한가운데서 길을 잃은 사람처럼 보이던 사람이, 지금은 여행을 막 시작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공항에서는 이런 일이 종종 있다. 여권을 두고 내리거나, 짐을 놓고 오거나, 중요한 걸 하나 빠뜨리고 오는 사람들. 절차는 늘 비슷하다. 확인하고, 연락하고, 전달한다. 그런데 사람의 반응은 매번 다르다. 그 사람은 반응이 유독 컸다. 기뻐하는 감정이 숨겨지지 않았다.
입국장 쪽으로 사라지는 뒷모습을 보면서 괜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재밌게 놀다 갔으면 좋겠다.
다시 근무 위치로 돌아왔다. 공항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같은 흐름으로 돌아가 있었다. 방금 전의 소동이 없었던 것처럼, 사람들은 짐을 끌고 조용히 이동하고 있었다. 나도 다시 해야 할 일을 했다.
그날도 특별한 일 없이 지나갔다. 여권을 받아 들고 폴짝 뛰던 사람의 모습이 조금 오래 기억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