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자고 내려가던 날들

맞지 않는 시간 맞추기

by 여담

아내와 연애할 때 우리는 장거리 연애를 했다. 나는 경기도에 살고 있었고, 아내는 대전에 살고 있었다. 거리로 치면 애매했다. 아주 멀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쉽게 오갈 수 있는 거리도 아니었다. 차로 왕복하면 다섯 시간 정도가 걸렸다.

문제는 거리보다 시간이 더 맞지 않았다는 거였다. 그 당시 아내도 교대근무를 했고, 나도 교대근무를 했다. 둘 다 일정이 불규칙 적으로 움직였다. 달이 바뀔 때마다 우리는 서로에 시간표를 보고 만날 수 있는 날을 제일 먼저 확인했다. 보통 한 달에 2일 정도 시간이 맞았다. 쉬는 날이 겹치면 좋았겠지만, 그런 날은 생각보다 자주 오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식은 안 자는 거였다.

내가 야간 근무를 마친 아침에 바로 차를 몰고 대전으로 내려갔다. 이렇게 내려가면 일주일에 두 번도 만날 수 있었다. 밤새 일하고 나면 몸은 피곤했지만, 집으로 가는 게 아닌 대전으로 향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해가 올라오고 있었다. 졸릴 때도 있었고, 멍한 상태로 운전한 적도 많았다.

대전에 도착하면 아내와 점심을 먹었다. 특별한 걸 먹은 건 아니었다. 회사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그냥 카페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대단한 데이트는 아니었다. 그래도 얼굴을 보고 밥을 먹는 그 시간이 좋았다. 그날따라 아내가 웃으면, 그걸 보러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아내는 저녁에 출근을 했다. 출근 시간에 맞춰 아내를 회사에 데려다주었다. 회사에 도착해 아내와 짧은 인사를 하고 차에 타면, 이제 다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혼자 차를 타고 고속도로에 올라가면 이미 밤이 되어 있었다. 뜬 눈으로 맞는 두 번째 밤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꽤나 비효율적인 하루였다. 왕복 다섯 시간을 운전해서, 아내와 함께한 시간도 다섯 시간 남짓이었다. 계산해 보면 효율은 전혀 맞지 않았다. 누군가는 그게 무슨 연애냐고 했을지도 모른다. 나도 그때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했다.

힘들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피곤했고, 올라가는 길에는 유독 졸음이 심하게 쏟아졌다. 그래도 그걸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올라가다 졸리면 휴게소에 들러 자고 가거나 노래를 엄청 크게 부르며 올라갔다. 한 번은 휴게소에서 잠들었다가 다음날 점심까지 차에서 자버린 적도 있었다. 그게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방식이었고, 그게 당시에는 자연스러웠다. 힘든 게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나는 시간을 계산하지 않았다. 얼마나 걸리는지, 얼마나 남는지 따지지 않았다. 그냥 보고 싶으면 갔고, 만날 수 있으면 만났다. 다섯 시간을 운전해서 다섯 시간을 본다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지금은 그렇게 하지 못할 것 같다. 체력도 그렇고, 상황도 그렇다. 요즘은 내가 너무 계속자서 오히려 아내가 서운해할 때도 있다. 그 시간들이 쌓여 지금의 우리가 됐다. 대단한 추억은 아니지만, 그때의 하루하루는 분명히 남아 있다.

아내와 가끔 그 시절 이야기를 한다. 그때는 어떻게 그렇게까지 했을까 하고 얘기한다. 그래도 결국 둘 다 같은 정답을 얘기한다. 그때는 그게 맞았다고.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고.
왕복 다섯 시간의 운전은 지금 생각해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 다섯 시간을 쓰면서도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만큼의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게 좋았다. 그런 연애였고, 그게 우리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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