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을 같은 곳에서 같은 풍경
야간근무가 거의 끝나갈 무렵 곧 있으면 퇴근이라는 생각에 일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머릿속에서는 집에 가서 빨리 쉬어야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시간대의 공항은 늘 비슷하다. 바쁘지도, 완전히 조용하지도 않은 애매한 상태다. 그런 시간에 20년 넘게 회사를 다닌 선배를 마주쳤다.
선배는 창가에 서서 활주로 쪽을 보고 있었다. 유리창 너머로 뭐가 특별히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사고가 난 것도 아니고, 갑자기 불빛들이 많아진 것도 아니었다. 선배는 그냥 멈춰 서서 창밖을 오래 보고 계셨다. 그래서 별생각 없이 물었다.
“밖에 무슨 일 있어요?”
선배는 한참 있다가 대답했다.
“해가 뜨고 있는데, 오늘은 좀 예쁘네.”
순간 조금 의외였다. 평소 지겹다는 말만 반복하던 선배였다. 공항에서 일한 지 20년이 넘은 사람에게 해 뜨는 풍경이 아직 예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공항에 20년 넘게 계셨는데, 저 풍경이 아직도 예쁘세요?”
선배는 무표정으로 대답하셨다.
“아니, 평소에는 안 예쁘지. 보지도 않고. 관심도 없어"
그러고는 덧붙였다.
“그런데 가끔 예뻐 보이는 날이 있어. 오늘이 그런 날인 거야.”
그 말을 듣고 다시 창밖을 봤다. 해는 아직 능선을 넘지 못해서 땅은 보이지 않았다. 활주로도, 주변 풍경도 전부 검은색에 가까웠다. 대신 빛이 먼저 올라오고 있었다. 땅은 어두운 검은색이었고, 그 위로 주황빛이 얇게 퍼져 있었다. 그 주황색 위에는 다시 연한 파란색이 올라가고 있었고, 더 위로 갈수록 색은 점점 어두워졌다. 경계선이 분명하지 않았다. 어둠 위에 주황이 얹히고, 그 위에 파랑이 덮여 있는 모습이었다. 해는 아직 보이지 않는데, 해가 뜨고 있다는 생각은 확실히 들었다. 일몰과는 확실히 달랐다.
선배는 다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풍경을 보고 있었다. 나는 옆에 서서 같이 잠깐 창밖을 봤다. 사실 예쁘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눈을 떼기는 어려웠다. 뭔가 특별한 장면은 아니었는데,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상태였다.
선배 말이 조금 이해가 갔다. 매일 보는 풍경은 대부분 그냥 흔히 보는 배경 같은 느낌이었다. 신경 쓰지 않으면 없는 것과 비슷했다. 그런데 가끔은 그 배경이 눈에 확 들어올 때가 있다. 오늘처럼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예뻐 보이는 날이 있다.
해는 조금 있으면 능선을 넘어올 것이다. 그러면 주황빛은 사라지고, 파란색 배경은 점점 밝아져서, 금방 낮의 공항으로 바뀔 것이다. 선배도 다시 일을 하러 돌아갈 테고, 나도 퇴근 준비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날은 잠깐 멈춰 섰다. 해가 완전히 뜨기 전, 땅이 아직 검은색이고 하늘만 먼저 밝아지는 그 시간에. 20년을 같은 곳에서 일한 사람이 “오늘은 예쁘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공항에 오래 있으면 풍경보다 일정이 먼저 보인다. 시간표, 근무표, 교대 시간 같은 것들. 그런데 가끔은 그런 생각들 사이에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있다. 그날 선배에게는 그게 해뜨기 직전의 하늘이었고, 나에게는 그 말을 하는 선배에 모습이었다.
그 풍경이 앞으로도 계속 예쁠지는 모르겠다. 아마 앞으로는 대체로 보지도 않을 것이다. 그래도 가끔, 아무 이유 없이 예뻐 보이는 날이 있다면 한 번씩 서서 보려고 한다. 그날은 그런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