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떠난 자리에서 배우는 역할
비행기는 매일 떠난다. 그리고 나는 매일 남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또 찾아온다.
이 직업은 사람들의 이동을 바라보는 일이다.
누군가는 설렘을 안고 출발하고, 누군가는 기다림 끝에 도착한다. 나는 그 모든 장면이 교차하는 곳에 서 있다.
처음에는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나는 여행이 아닌 일을 하기 위해 공항에 오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공항 입구만 봐도 마음이 들떴었다. 어딘가로 떠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고 공항이 주는 설렘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공항은 더 이상 설렘의 공간이 아니게 되었다.
공항은 하루를 시작하고 끝내는 장소가 되었다. 공항 입구는 가능하다면 빨리 나가고 싶어지는 문이 되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런 생각들은 조용히 사라졌다. 누군가는 떠나야 하고, 누군가는 남아야 이 공간이 계속 움직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떠난다면 공항은 멈출 것이다.
떠나는 사람만큼이나 남아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매일 같은 자리에서 배우게 됐다.
어느 날 출국장에서 예전에 알고 지내던 친구를 만났다. 서로가 여기서 만날 줄 몰랐다는 표정으로 “어?” 하는 소리를 내며 인사를 나눴다.
나는 여행을 가는 거냐고 자연스럽게 친구에게 물었다. 친구는 부모님을 모시고 가족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이런저런 근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친구의 부모님이 오셨다. 나는 가볍게 인사를 드리고 자리를 비켜드리려고 했다. 그런데 친구의 부모님은 웃는 얼굴로 내 인사를 받아주시며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하셨다. 처음에는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어색하게 서 있자 친구의 아버지가 설명을 해주셨다. 출국 직전에 여권을 잃어버렸는데, 나와 같은 근무복을 입은 직원이 도와줘서 무사히 여권을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비행기를 놓칠 뻔했지만, 덕분에 제시간에 출국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셨다. 그 감사 인사는 내가 아닌 다른 동료 직원의 몫이었지만, 같은 공간에서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고마움을 나에게도 전하셨다. 그리고 잠시 후, 친구 가족은 비행기를 타고 떠났다.
비행기는 그렇게 또 떠났다. 나는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그날 이후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남아 있다는 건 정체가 아니라 역할이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그 자리에 있음으로써 누군가의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일이 내가 하는 일이었다.
비행기가 떠난 뒤에도 공항은 계속 움직인다. 다음 비행을 준비하고,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그 흐름 속에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잘 시작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