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하십니다!
공항에서 일하면서 서로 자주 마주치고 간단한 인사정도는 하지만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직원들이 간혹 있다.
매일 새벽 3시가 조금 넘으면 내가 일하는 근무지로 식료품이 들어온다. 배달을 해주시는 분의 이름은 모른다. 부서도 다르고, 함께 일하는 사람이라고 부르기엔 근무 시간이 겹치지도 않는다. 나이도 나보다 한참은 많아 보이 신다.
다만 우리는 같은 공항에서, 아주 짧은 시간 스쳐 지나간다.
그분은 공항에 식료품을 납품하러 오신다. 항상 새벽 세 시쯤. 사람들 대부분이 가장 피곤해하는 시간이다. 눈은 무겁고, 말수는 줄고, 괜히 예민해지기 쉬운 그 시간에 그분은 늘 환한 얼굴로 나타난다.
“고생하십니다.”
매번 같은 말이지만 형식처럼 들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마치 정말로 우리가 고생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듯한 인사였다. 그 인사를 들으면 괜히 나도 허리를 조금 더 펴게 된다.
그분은 우리 직원들의 얼굴을 잘 기억한다. 이름도 모를 텐데, 어디서 만났는지도 또렷하게 기억한다.
“저번엔 다른 곳에 계셨죠?”
“오늘은 여기서 뵙네요.”
머리 스타일이 바뀌면
“머리 바꾸셨어요?” 하고 먼저 말을 건다.
사소한 것들이다. 머리, 장소, 표정. 하지만 새벽 세 시에 누군가 내 변화를 알아봐 준다는 건
생각보다 큰 일이다. 그 순간만큼은 이 시간에 혼자 서 있는 게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올 때마다 작은 음료수나 간식도 챙겨 오신다. 큰 것도 아니고, 대단한 선물도 아니다. 그냥 손에 쥐어지는 캔음료 하나, 작은 사탕 한 줌 정도이다.
“이 시간엔 당 떨어지잖아요.”
그 말과 함께 건네지는 그 간식은 잠깐 숨을 돌리게 해 준다.
이상하게도 그분이 다녀가고 나면 근무지의 분위기가 조금 달라진다. 말수가 늘고, 표정이 풀리고, 괜히 서로에게 조금 더 친절해진다.
그분이 가져오는 건 식료품만이 아니라 분위기였다.
우리는 그분을 더 반갑게 맞이하게 되고, 말투도 자연스럽게 부드러워진다. 친절은 그렇게 전염된다. 한 사람의 태도가 그 공간의 온도를 바꾼다.
가끔은 속으로 저 사람은 왜 저럴까 하는 의문이 든다. 피곤할 텐데, 바쁠 텐데, 굳이 기억하지 않아도 될 것들을 기억하고 굳이 웃지 않아도 될 순간에 웃는다.
아마 그분은 특별한 이유로 친절한 게 아닐 것이다. 그냥 그렇게 살아온 사람일지도 모른다. 일을 하면서 사람을 보고, 공간을 지나면서 분위기를 남기는 사람이다. 이름을 몰라도 괜찮은 관계가 있다.
자주 보지 않아도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 새벽 세 시, 가장 무거운 시간에 가장 가벼운 인사를 건네는 사람. 그분은 오늘도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고생하십니다.”
그 말 한마디로 오늘 근무가 조금은 덜 피곤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