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이라는 문

매일 넘고 지키는 경계

by 여담

국경이라는 말을 들으면 보통 국가 간의 경계를 떠올린다. 지도 위에 그어진 선, 나라와 나라를 나누는 보이지 않는 벽 같은 것. 사전적인 의미로도 국경은 각 나라의 영역을 가르는 경계라고 설명된다. 그래서 우리는 국경을 넘는다고 하면 비행기나 배를 타고 다른 나라로 이동하는 행위를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여행을 가거나, 출장을 가거나, 어딘가로 떠나는 장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국경을 넘는 행위이다.
하지만 공항에서 일하는 나에게 국경은 행위가 아니라 문이다. 아주 구체적인 형태를 가진 문.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고, 눈으로 분명히 보이는 문이다.

공항에서 근무하다 보면 하루에도 수없이 국경을 마주친다. 그리고 그 국경을 지나다닌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국경은 출입국 심사대를 기준으로 나뉜다. 비행기를 타기 전, 혹은 도착한 뒤 출입국 심사를 받고 문을 통과하는 순간, 그 사람은 국경을 넘은 것으로 간주된다. 서류 한 장, 도장 하나, 문 하나로 나라가 바뀐다.

사람들은 그 문을 생각보다 쉽게 여긴다. 입국장을 나오다 물건을 분실했거나, 짐이 바뀐 걸 알게 되면 방금 나왔던 문으로 다시 들어가려고 한다. “잠깐만 들어갔다 오면 안 되나요?”라는 질문은 공항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이용객 입장에서는 당연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방금까지 내가 있던 곳에서 문 하나를 지나온 것뿐이다. 실제 거리도 10미터도 안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 근무자들 입장에서는 그 상황이 전혀 다르게 보인다.

이미 입국을 마친 사람이 다시 그 문을 통과한다는 건, 검색도 받지 않고 국외로 나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돌아가는 행동이 아니라, 절차를 건너뛰는 행위가 된다. 그래서 그 문은 쉽게 열려서는 안 된다. 눈앞에 보인다고 해서 누구나 아무 때나 넘을 수 있는 문이 아니다.

이용객 한 사람의 사정으로 그 문을 다시 열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절차가 필요하다. 세관, 출입국, 항공사 등 여러 관계기관과의 협조가 이루어져야 한다. 누군가에게는 몇 분이면 끝날 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해진 순서와 규정이 있다. 그 과정은 때로는 오래 걸리고, 번거롭다. 그래서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이런 걸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요?” “너무 유난 아닌가요?” 그 말속에는 불편함과 답답함이 섞여 있다. 심지어는 그냥 힘으로 넘어가려고 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최근에도 휴대폰을 화장실에 두고 와서 다시 들어가겠다고 한 이용객이 있으셨다. 우리가 절차대로 진행하려 하니 쉽게 화를 내시고 민원을 넣으시겠다면 이름과 소속을 물어보셨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복잡해진다.

우리도 그 불편함을 모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그 문을 지날 때마다 검색을 받는다. 근무자라고 해서 예외는 없다. 오히려 더 자주, 더 엄격하게 그 문을 통과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문이 열린다는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 문 하나가 단순한 출입구가 아니라, 질서와 안전을 지키는 경계라는 사실을 몸으로 배워왔다.

공항에는 늘 웃음이 넘친다. 여행을 앞둔 설렘과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의 표정, 누군가를 배웅하는 장면들. 그 웃음과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오갈 수 있는 이유는 그 문이 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귀찮다고 느낄 수 있는 절차들, 어렵고 까다로워 보이는 규정들이 사실은 그 평범한 장면들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국경은 막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키기 위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항에서의 즐거움과 설렘이 무너지지 않도록, 누군가의 여행이 불안으로 바뀌지 않도록, 그 문은 오늘도 조용히 닫혀 있고 필요할 때만 열린다.

사람들은 그 문을 넘으며 여행을 시작하지만, 우리는 그 문 앞에 남아 그 여행이 무사히 이어지도록 지켜본다.

그래서 나에게 국경은 멀리 있는 개념이 아니다. 지도 위의 선도, 뉴스 속 단어도 아니다. 매일 마주하고, 매일 설명하고, 매일 지키는 하나의 문이다. 그 문이 조용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 공항의 웃음도 제자리를 지킨다. 그리고 그 웃음들이 바로 우리가 어렵고 힘들게 절차를 지켜가며 문 앞을 지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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