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 뒤에 서 있는 사람
공항에서 일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들이 있다.
“비행기 예약할 때 할인돼?”
“면세점에서 물건 살 수 있어?”
“연예인 많이 봐?”
앞의 두 질문에는 늘 같은 대답을 한다. 비행기는 공항이 아니라 항공사 영역이라 공항 직원에게 할인 혜택은 없다. 면세점 물건을 사는 것도 불법이다. 생각보다 ‘안 된다’는 게 많은 직업이다. 그래서 대화가 이어질 때쯤 남는 질문은 거의 하나다.
“그럼… 연예인은 많이 봐?”
이 질문만큼은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공항, 특히 입국장에서 근무하다 보면 연예인을 정말 자주 본다. 유명도를 떠나서 횟수만 따지면 일주일에 한 번은 기본이고, 해외 일정이 몰리는 시기에는 일주일에 다섯 번도 본다.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들으면 대체로 부러워한다.
나도 처음에는 신기했다. TV에서 보던 얼굴이 실제로 눈앞을 지나간다는 사실이 묘하게 신기했다. 하지만 그 설렘은 오래가지 않았다. 현실에서 연예인을 본다는 건 우리가 인터넷 기사나 SNS에서 보는 사진과는 전혀 다르다. 가까이서 본다고 해도 고작 3초 남짓이다. 정말 말 그대로 ‘지나가는 것’만 본다. 오히려 기사 사진이 훨씬 잘 보일 때도 많다. 한 번씩은 연예인 뒤에 내 얼굴이나 직장 동료에 얼굴이 보일 때도 있다. 이럴 때면 기분이 좋지는 않다. 문제는 그 사진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연예인이 입국한다는 정보가 돌면 공항에는 팬들이 몰려온다. 적게는 스무 명, 많게는 1층과 2층이 가득 찰 정도다. 유명 남자 아이돌이 들어온다고 했던 날은 일반 승객분들이 빠져나가지 못했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사람이 많아지면 그만큼 사건도 늘어난다. 자리싸움이 벌어지고, 사다리를 가져와 통로에 그대로 세워두기도 한다. 자리를 맡아 놓기 위해 두고 가는 것이다. 그 사다리가 넘어지면 누군가는 다친다. 그리고 거의 모든 사람이 고가의 카메라를 들고 있다. 소위 말하는 ‘대포 카메라’다.
문제는 사진을 한 장만 찍지 않는다는 점이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한 사람이 열 장씩 연속으로 플래시를 터뜨린다. 개인에게는 열 장 남짓한 번쩍임이지만 그 앞에 서 있는 연예인에게는 수천 번의 플래시가 동시에 쏟아진다.
연예인이 공항에서 선글라스를 쓰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 옆에는 항상 근무자가 있다.
우리도 그 수천 번의 플래시를 그대로 맞는다. 눈앞이 하얗게 변해 순간적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눈을 감을 수는 없다. 사람들이 밀려 넘어지거나 누군가 갑자기 뛰어들면, 그걸 막아야 하는 위치에 서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팬들은 연예인에게 달려든다. 손을 뻗고, 몸을 밀치고, 가까이 가기 위해 위험한 행동을 한다. 플래시를 터뜨리지 말라고 통제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
한바탕 상황이 지나가고 나면 햇빛을 오래 보고 난 것처럼 눈에 잔상이 한동안 남아 있다. 그제야 아, 또 지나갔구나 싶다. 그럴 때마다 이 장면을 가장 힘들게 겪는 사람은 사실 연예인일 거라는 생각을 한다.
나는 그저 옆에서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입장이지만, 연예인에게는 그 사고가 곧 본인에게 일어난다. 수많은 시선이 한 사람에게 꽂히고, 수많은 카메라가 그 사람만을 따라간다. 입국장을 지나 주차장까지, 마치 어디 한 번 걸려보라는 듯 움직임 하나하나까지 카메라에 담는다.
그래서 요즘은 연예인 경호가 과하다는 말들을 볼 때마다 조금 다른 생각이 든다. 물론 실제로 과잉 대응을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분명 잘못된 행동도 있다. 하지만 현장을 가까이서 보다 보면 그 긴장과 압박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게 된다. 수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인 상태에서 누군가를 지킨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누가 팬인지, 누가 위험한 의도를 가진 사람인지 순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실제로 악의를 품고 접근하는 사람도 종종 본다.
연예인은 사랑과 관심을 많이 받는 직업이지만 그 관심이 언제든 공포로 바뀔 수 있다는 것과 무대 위에서는 빛나지만, 공항에서는 늘 경계 속에 서 있는 사람이라는 걸 그때 조금 알게 된다.
나는 연예인을 부러워하지 않게 됐다. 화려함보다 먼저 보이는 게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도 결국 한 사람이고, 피곤하고, 눈이 아프고, 사람들 사이를 무사히 지나가고 싶어 하는 사람일 것이다.
공항에서는 너무 자주 본다. 입국장을 빠져나가며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그 뒷모습을 볼 때면 괜히 고생하셨다고 말하고 싶어진다.
별일 없이 하루가 지나가고 카메라 플래시가 아니라 조용한 밤을 맞이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소중할 것이다.
이런 날은 유난히 집 가는 길이 조용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공항에서 보는 연예인은 화면 속 이미지와 다르다. 그들은 특별하기 전에 먼저 사람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가장 많이 느끼게 되는 곳이 아이러니하게도, 공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