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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영준 Nov 03. 2019

나중에, 나중에  그리고 또, 나중에

얼마 전에 보았던 영화 “라스트 홀리데이”의 초반 장면에는 상사의 무시에도 견디며 회사를 다니고, 하고 싶은 것들을 참으며 오로지 미래를 위해 돈을 모으는 주인공 조지아의 모습들이 그려졌다.

     


 사실 이 영화를 보게 된 계기에는 이러한 모습들이 공감이 되었던 것도 있고, 3주간의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나서 모든 재산을 써가며 나중으로 미루어만 왔던 버킷리스트를 이루어가는 모습들에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어 보게 된 것도 있다.

 그렇게 보게 된 영화의 막바지에 모든 것을 참으며 살아가기만 하던 인생과는 완전히 달라진 인생을 살아가는 조지아의 모습을 보니, 뭔가 “나도 하고 싶은 걸 해볼까 “ 싶기도 했고, ”그러면 저렇게 될 수 있을까 “ 싶기도 했다.  

   


 과거의 나는 꽤나 겁쟁이였다. 그때의 나는 무엇이든 항상 잘되지 않을 것부터 생각했다. 그 탓에 중학생, 고등학생 때에는 대학교를 가기 위해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들을 포기하기도 하고, 시험 기간에는 공부를 한다는 핑계로 가족들과의 시간도 포기하기도 하며 살았다. 대학생 때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피했으며, 친구에게도, 연인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나중에 놀러 가자, 나중에 한 번 모이자. 라며 말이다. 그렇게 성인이 되어 완전한 독립 개체가 되기까지 불안한 미래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자 많은 것들을 미루어왔다.


      

 하지만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그렇게나 예전부터 나중으로 미뤄왔던 것 중에서도 아직도 실천하지 못한 것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언젠가 미루었던 친구들과의 여행도, 호의에 대한 보답도, 가족과의 시간도, 효(孝)도 조금만 더 여유가 생기면, 시간이 나면, 돈을 조금 더 벌면 등등. 갖가지 핑계를 붙이며 아직까지도 미루고 있는 걸 보면 실천할 생각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또 있을 때 잘해야 한다는 말과 같은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조급함이 드는 걸 보면 또 그렇지마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 ”나중“이라는 건 언제일까. 이렇게 분명 예전에 생각하던 나중이라는 때에 도착했는데도 실천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는 걸 보면, 그냥 그때 해버리고 미루지 않는 것이 낫지는 않았을까. 그렇게 미루고, 참으며 나름 바쁘게 살아왔는데도 아직까지 그것들을 미루고, 참는 걸 보면, 그냥 그때 친구들과, 연인과, 가족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그때만큼은 웃으며 살았다면 지금보다 나았으면 나았지, 더 나쁜 상황에 놓이지는 않지 않았을까.


     

 물론 아직까지도 겁쟁이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그것은 오히려 그렇게 나중에, 나중에 하면서 그 자리 그대로에 계속 머물러있던 탓일지도 모른다. 결국, 그렇게 말하던 “나중에”로 왔음에도 나중으로 미루는 일이 허다했으니 변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기도 할 테니.    


                                                                                           


자신을 위해 너무 많은 것을 참기만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하고 싶은 것이 떠올랐다는 것은, 그것을 해야만 지쳐만 가는 하루하루를 위로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일 터인데, 그것들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들을 나열하며 참는 것은 스스로를 더 힘들게 만드는 것이니까.               


                      

                                                                                                                                                                           


오늘 먹을 밥을 오늘 먹고,

오늘 해야 하는 일을, 

어쩔 수 없이라도 오늘 하는 것처럼     

오늘의 행복은 오늘 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내일로, 다음으로 미루지 말고.

                                                      



인간은 항상 시간이 모자란다고 불평을 하면서
      마치 시간이 무한정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 세네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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