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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영준 Nov 03. 2019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가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때가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편해야 하는 데 말이다. 또 그럴 때면 아차 싶어 시계를 보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시간들을 계산하며, 그 시간에 내가 할 수 있었던 것들을 떠올려 보며 후회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적들의 책장은 넘어가고 있다 “라는 말을 어렸을 적부터 들어왔던 탓일까. 그러한 경쟁 속에서 살아왔기에 경쟁하던 때의 습관이 몸에 배어 잠깐 쉬거나, 밥을 먹을 때까지도 시간에 쫓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사실 적들의 책장이 넘어갈 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불행해지지도, 일을 그르치지도 않는다. 물론 쉬는 것을 핑계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정도로 미루는 것은 제외해야겠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가만히 있는 시기, 쉬는 시기를 자신이 부족하여, 할 것이 없는 시기라고 착각한다. 아무래도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무언가를 더 해야겠고, 아무것도 하지 않자니 불안하고 그런 것일 터다.

 하지만 그러한 순간이 찾아왔다는 것은 그렇게 무능력해서 찾아온 것이 아니라 당신이 해야 할 일을 모두 마쳤거나, 잠시 쉬어 주어야 다시 달릴 수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부족해서, 혹은 자신이 할 일을 찾지 못해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물론 쉬는 시기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이 사실을 기억하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다만 우리는 쉬는 시간까지 불안함을 느끼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힘들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이를 기억하며 스스로에게 여태까지 열심히 해왔으니 잠깐만 쉬는 것이라고, 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잠시 쉬었다가 하는 것이라고. 나는 포기한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춘 것뿐이라고 이야기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그렇지 않아도 힘들고, 불행을 느낄만한 자신에게 잠깐의 달콤한 시간 때에 마저 불안해하며, 자신을 더 힘들게, 더 불행하게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 일도 안 일어나니까

쉴 때만큼은 편하게 쉬어도 괜찮습니다.




                                                  

한가함이란
아무것도 할 일이 없게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 플로이드 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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