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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영준 Nov 03. 2019

반복되는 일상에,  아주 작은 여유 한 방울.

익숙한 곳에는 내가 힘들게 버텨온 시간들이 남겨져 있다. 출근하는 시간이 아닌데도 출근하는 버스를 타면 출근할 때의 기분이 스며들어 오고, 퇴근할 때 걸어오던 길을 걸어가면 마치 퇴근을 하고 온 기분이 스며들어 오기도 한다. 또 한창 작업을 하던 카페를 가면,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작업이 떠오르고, 그것들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인다. 단지 쉬러 왔어도 말이다.  

   

 우리가 가본 익숙한 곳은,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자꾸 떠올리게 만든다. 어쩌면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가보지 않는 곳에는 아무런 흔적이 묻어있지 않는다. 우리가 두고 온 일거리들과 연관이 없어서, 우리를 그 일들에서 벗어난 자유인으로 만들어준다.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기분이다. 내가 얽힌 인간관계에 대한 걱정도 필요 없으며, 내가 속한 사회의 치열함에 허덕일 필요도 없게 만들어준다.    

 

 나는 그래서 종종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아주 멀리, 혹은 가까이. 어딘가 탁 트인 바다를 보러 가기도 하고, 늘 다니던 길이 아닌 새로운 길로 가보기도 한다.

     

 언젠가는 새로운 길로 가다가 아무 생각 없이 공원에 들어섰던 적이 있었다. 들어선 공원은 여유가 넘치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평일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가족들과 놀러 온 사람들도 있었고, 자신의 애완견과 같이 산책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또 어떤 노부부는 꽃을 배경으로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가만히 벤치에 앉아 그 사람들을 보자니 절로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한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꺼내지 않았던 책을 꺼내 읽었다. 평소라면 시간을 보느라 제대로 집중 못했을 법했는데도 그때에는 어찌나 집중이 잘되던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읽었던 것 같다.     


 세상의 흐름 속에서는 그 흐름에 휘말리느라 여유를 갖기가 꽤나 어렵다. 여유를 갖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 치열한 세상에서 단절된 곳에 가는 것이다. 머나먼 곳으로의 여행도 좋지만, 가보지 않았던 카페도, 식당도, 혹은 공원도 좋다. 우리의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아, 오롯이 우리,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곳이면 충분하다. 반복되는 일상의 분위기를 전환하는 것에는.       

                                            


반복되는 일상에 새로운 바람을 넣어주는 것은 꽤나 중요합니다. 여행만큼의 여운을 남기진 못하겠지만, 그 핑계로 잠시 쉬고 내일 더 열심히 하는 것도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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