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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영준 Nov 03. 2019

내가 불행했던 건  행복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기분이 좋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기대감에 쉽게 휩싸인다. 그래서 스스로를 적당한 우울감에 빠뜨리고는 한다. 우울이라고 하면 슬프고, 우중충하고 그런 부정적인 요소들이 떠오르겠지만, 나의 이 적당한 우울감은 나의 기분이 들뜨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정도의 아주 작은 우울에. 물론 들뜬 기분에, 기대감을 가졌을 때의 기분이 싫지만은 않지만, 그 기대감 뒤에 찾아오는 실망감은 참 불편하다. 예전에는 이런 들쑥날쑥한 롤러코스터 같은 기분들을 잘 견디고는 했는데, 이제는 떨어지는 듯한 기분을 견딜 힘이 남아있지 않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인가 TV를 보고 있었는데 ”대학생이 되면 모든 것이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요. “라는 고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고, 이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나의 수험생 시절과 갓 성인이 되었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조금만 참으면 그에 걸맞은 해방감과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찬 기대감을 버팀목 삼았던 수험생 시절. 성인이 된 자유를 마음껏 만끽하고, 지긋지긋한 공부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을 때에는 1년을 고생하는 것 치고 아주 괜찮은 보상을 받는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현실은 내 기대와는 멀었다. 성인이 되기는 했지만, 자유가 오기는커녕 자유에 대한 책임감이 주어지고, 스스로 더욱 열심히 살아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공부의 늪에서는 당연히 벗어날 수 없었다. 게다가 대학 경쟁보다도 치열할지 모르는 취업 경쟁까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나의 기대감은 한없이 무너져만 갔고, 무언가 잃어버린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여태껏 살아오면서 이러한 기대감 뒤에 찾아오는 실망들은 빈번하게 겪었다. 무엇이든 시작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해낼 수 있다거나 이것을 해냄으로써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와 확신이 필요했었고, 그렇게 시작된 것 중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도 참 많았으니까.     

그렇게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다 보니 삶의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하는, 무엇이든 잘 풀리길 바라는 마음인 ‘기대감’이 정말 원동력이 되는 것인지 의문이 생겼다. 기대를 하지 않으면 실망은 없고, 바라지 않으면 부족함을 느끼지 않을 것이지 않을까.라는 그런 의문.      


”행복하고자 하는 생각을 버리면 행복해질 수 있다 “     


 앞서 말했던 ”대학생이 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고민에 대한 답변이며, 내가 스스로를 적절한 우울감에 빠뜨리는 이유기도 하다.


적당한 우울감에 빠져 기대를 품지 않는다는 것,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생각을 버린다는 것은 이러한 것들을 포기한다고 삶의 재미를, 삶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누리는 행복을 누리기로 하는 것뿐이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달리는 것은 참 지치는 일이고, 그러한 희망 고문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다. 그럴 때엔 가지지 못한다면 굳이 스트레스받지도, 불행해하지도 말고 가진 것만큼. 그 안에서의 누릴 수 있는 만큼의 행복을 누리면 되는 것이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물론 가져보지 못한 것들이라 포기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갖지 못하는 것들이 나를 지치게만 한다면, 지금 가진 것들을 온전히 누리며 조금씩 자유를 찾아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게 행복해져야 한다는 강박으로부터 벗어나면, 행복해지는 길의 시작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행복의 한쪽 문이 닫힐 때, 다른 한쪽 문은 열린다.
 하지만 우리는 그 닫힌 문만 오래 바라보느라
 우리에게 열린 다른 문은 못 보곤 한다     

- 헬렌 켈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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