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몽둥이 앞에는 장사가 없다고 하였다. 대학에서나 배울 수 있는 우주생성의 원리를 나를 통해 터득하게 된 진돌이 녀석은 예전의 기고만장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짖을 때마다 눈앞에서 별들이 춤을 추는데 배길수 있겠는가? 아무리 짖고 깨갱! 깨갱! 집안이 떠나가라 비명을 질러도 주인식구들은 오지 않고 은하철도 999호에 탄체 태양계 저편 미지의 세상까지 여행하고 돌아올 뿐이니 머리가 좋기로 유명한 진돗개인지라 현실을 즉각 깨닫게 된 것이다.
그렇게 비 오는 날 먼지가 나도록 디지게 매타작을 당한 진돌이는 결국 잘못했다고 싹싹 빌었다. 자~슥이... 좋은 말로 타이를 때 꼬랑지 팍! 내릴 것이지... 눈앞에서 엄마별 아기별이 손잡고 쎄쎄쎄 하는 것을 보고 나서야 내가 무섭다는 것을 알게 된겨?아마도 많은 애견가들은 내 글을 읽고는 어떻게말 못 하는 개를 그렇게 팰 수있겠냐고 분노에 치를 떠실 수도 있겠지만사람처럼 말이 통하면 굿이 바디랭귀지를 할 필요가 있겠는가?그냥 인간들처럼 대화로 서로가 요구하는 사항을 말로하면 되는데 말이 통하지 않으니 어쩔수 없이 바디랭귀지로 대화했을 뿐이다.입장을 한번 바꿔놓고 생각해 보시라. 만약 어떤 집에 세를 살고 있는데 그 주인집 개가 허구한 날 물듯이 짖어대면 어떻겠는가? 친하게 지내자고 좀 쓰다듬어 주어도 물려하고, 맛있는 것 자주 갖다 줘도 소용없으면 과연 아무렇지도 않게 그 개와 같이 살 수 있을지는나로선 절대 이해불가였다.
그런 개와 한 집에 살면서도스트레스받지않는다면 그건 거의성인군자이거나아님 바보일 것이다. 그렇지 않은 보통사람들(애견가일지라도)은 방을 빼서이사가는 수 밖에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결국,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개에게 쫓겨나는 꼴이 되고 만다는 것.나는 어릴 때부터 동물들을 많이 키워봤기 때문에 개의 습성도 잘 알고 있다. 개를 포함한 모든 동물들은 상대방이 자신보다 훨씬 강하다고 여겨지면 더 이상 저항을 하지 못한다. 다만 진돌이 녀석은 진돗개 중에서는 성질 더럽고 고집이 센 녀석이기 때문에 다른 개들보다 처음부터 아주 확실히 다루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마음이 약해져서 조금 느슨하게 대하면 손을 대지 않는 것만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진돌이 녀석에게 우주관광을 시켜주었다고 나를 동물들을 학대하는 인간으로 오해? 다시 한번 더 강조하지만 나는 절대로 동물학대자가 아니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우리 옆집에도 진돗개가 있었는데 정말 똑똑한 진돗개들은 상대방이 적군인지 아군인지 금방 식별해 낼뿐 아니라 함부로 짖지도 않는다. 머리도 아주 영리해서 친척들은 물론 동네 사람들과 도둑을 정확히 가려낸다.
그래서 나는 시간만 나면 그 개에게 먹이도 주면서 아주 잘 놀곤 하였는데 조그만 어린애가 자기 등을 타고 놀아도 힘들고 귀찮으면 살짝살짝 무는 시늉만 낼뿐 절대로 아프게 물지도 않았다. 진돗개는 세계가 인정한 명견이기에 여타 다른 개들보다 눈치 빠르고 머리가 아주 똑똑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주인집 진돌이 녀석은 아무래도 순종 같지는 않고 잡종끼가 섞여 있는지 한 집안에서 같이 사는 사람조차도구별할 줄 모르고 매일처럼 나만 보면 죽어라고 짖어대니스트레스받아서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런 진돌이를 보고 주인아줌마는 나를 환송해 주느라 그런다지만 아니... 내 아이큐가 두 자리인 줄 아는감? 좋아서 짖는 것인지 앙심을 품고 짖는 것인지 그런 것도 구별 못하게? 으르렁 거리지 말라고 아주 살짝 쥐어박았다 해서 나를 철천지 원수로 생각을 하니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이런 녀석 버릇 고치는 데는 다른 약이 없다고저 몽뎅이 부르스 한판 찐~하게 당겨주면 아주 간단한 것이다. 그러나 다른 개도 아닌 주인집 개를 주인 보는 앞에서 몽뎅이 부르스 당겼다가는 그날로 당장 쫓겨날 판이니 비겁하지만 이렇게 며칠 동안 주인이 없는 때를 절호의 찬스로 잡을 수밖에...
그렇게 겁 없이 나에게 대들었다가 "은하철도 999"에 타고 안드로메다까지 관광하고 온 진돌이는 더 이상 나를 보고 짖지 않았다. 짖으려다가도 내가 눈 한번 부라리면 납작 엎드려 싹싹 빌어대는 것이다. 그래도 미운넘 떡 하나 더 주라는 말이 있듯이 나는 진돌이 녀석 먹이만큼은 꼬박꼬박 챙겨주었다. 팰뗀 패더라도 먹을 건 먹이면서 패야 되지 않겠는가? 나는 엄연한 휴머니스 트니까 흠.. 흠... 이젠 내 앞에서 순한 양이 되어버린 진돌이를 회사로 출근하기 전에 머리 한번 쓰다듬고 문을 나서는 나의 발걸음은 깃털처럼 가벼웠다.
퇴근해서 집에 돌아올 때는 진돌이가 좋아하는 햄버거 하나를 사서 포장을 벗겨 주면 녀석은 햄버거를 아주 맛있게 먹었다. 그런 진돌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는 마치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개선장군 같은 기분이었다. 이렇게 나는 개를 이긴 인간이 되었고 승리의 기쁨에 취해서 달을 보고 늑대처럼 포효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