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독거노인.

by 현동인

내 나이 66세, 생일이 늦어서 만으론 64세이지만 환갑이 훌쩍 넘었으니 이제 나도 어린아이들이 할아버지라고 불러도 별로 어색하지 않은 나이에 접어들었다.
100세 시대에 60대는 아직도 한창이라 할 수 있겠지만 60대는 노년이라 불리기엔 조금 억울하고 또 중년이라고 하기에는 억지를 부리는 것 같아서 왠지 모르게 4~50대 중년들의 눈치가 보인다.
그들 눈에 과연 우리 같은 60대가 중년으로 보일까?
그렇게 60대는 중년과 노년의 다리 딱 중간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다.

나는 지금 혼자 집에서 살고 있다.

매일 혼밥 하고, 설거지하고, 세탁기 돌려서 빨래를 하고, 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불 꺼진 깜깜한 집에 외로이 들어선다.

한국사회에서는 나 정도의 연령에 혼자 사는 사람을 가리켜 일명 독거노인으로 불린다.
그렇다, 나는 사회적으론 혼자 사는 외로운 독거노인에 속할 것이고 사회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존재로 여겨질 것이다.
여기까지 보면 누군가는 나를 불행하다 여길지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 편안하다.
왜냐고? 나 혼자만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쉬는 날 하루종일 집에서 컴퓨터 자판기를 두드리든, 바람을 쐬러 혼자 훌쩍 나가든, 또 친구를 만나고 늦게 돌아오든,

그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그러나 만약, 이런 생활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진다면 나는 어느 순간에 외로운 독거노인을 피 할 수 없을 테지만
두 달 동안의 한시적인 생활이기에 나는 그동안의 자유를 마음껏 누린다.
아내를 비롯한 아이들이 두 달 동안의 일정으로 모두 캄보디아 여행을 떠났는데
그들이 돌아오는 두 달 뒤에는 또다시 좁은 집안이 북적거리기 때문이다.

아내의 잔소리, 아이들 다투는 소리, 웃음소리와 짜증 섞인 울림이 온 집안 공간을 휘젓고 다닐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혼자 살 수는 없다.
만약 사막 한 복판이나 정글 가운데 혼자 있다고 생각해 보라.
얼마나 삭막하고 외롭고 쓸쓸하겠는가?
그러나 한시적인 외톨이는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
돌아갈 집이 있고, 가족이 있는 사람은 혼자서 여행을 떠나도 외롭지 않겠지만 홀로 정처 없이 떠 돌아다니는 나그네라면 그런 생활이 과연 좋기만 하겠는가?
전 세계적으로 너무나도 유명한 스위트 홈(즐거운 나의 집)을 작사한 "하워드 페인"은 단 한 번도 가정을 갖지 못한 채
아프리카와 유럽을 방랑하며 살았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
내 나라 내 기쁨 길이 쉴 곳도 꽃 피고 새 우는 집 내 집뿐이리
오 사랑 나의 집
즐거운 나의 벗 집 내 집 뿐이리*~~

노랫말을 보면 페인이 얼마나 아내가 있고 아이들이 뛰 노는 가정을 그리워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지만 정작 본인은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을 꿈 꾸며 살다 1852년 튀니지에서 나 보다 훨씬 젊은 60세의 나이로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항간에는 사람들이 "하워드 페인"이 부랑자로 떠 돌다가 튀니지 길거리에서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것으로 아는데 실상은 전혀 아니다.

미국 국적이었던 페인은 프랑스 파리에서 가난하게 살았지만 그가 노래한 "즐거운 나의 집" 유명세 덕분에 1842년 프랑스 정부가 그를 튀니지 영사로 임명했고, 덕분에 말년까지 쪼들리지 않고 살았단다.
그가 왜 조국인 미국을 떠나 프랑스에서 살게 되었는지는 (나무위키 백과)를 참조하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찌 보면 "페인"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정을 이루고 살 수 있었을 테지만 무슨 영문인지는 몰라도 그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가정의 기쁨을 노래했던 "페인"이었지만 정작 그 자신은 가정의 기쁨을 단 한 번도 누리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는 게 참으로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워드 페인"이 그토록 갖고 싶었던 가정의 행복을 나는 지금 누리며 살고 있다.
비록 가족들이 돌아오기 전, 두 달 동안의 독거노인으로 살고는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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