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닭

by 호윤 우인순 시인

크리스마스 선물

성탄절이 가까워 오니

형님이 전화를 했다


"이거 아무나 안주는 귀한 장닭인데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

살도 많고 푹쪄서 드시면 좋으니

가져다 드릴 테니 요리해서 드세요"

"네 감사합니다" 하며

큰 닭을 주시면 너무 좋지요

치킨을 만들까

탕수육을 할까? 생각하는데

벨소리가 딩동! 나서 나가서 보니

아니! 큰 닭이 산 채로

형님 손에 날개쭉지를 잡혀 파닥파닥

날개치고 있는데 눈은 쌍심지를 켰는지

불이 난 듯 나를 노려보는

것 같이 매서운 매의 눈 같다

부리는 왜 그리크고 뾰족한지


잡아서 잡으세요 제수씨

형님이 웃으시며 말한다

속으로 나는 떨고 있었다

엄청 큰 장탉이란다

꼭 나를 콕! 하고 쪼을 것 같다

아휴! 힘도 세 보였다.


"형님 잠깐요" 하고는 들어가니

형님은 의아한 듯 멍하니 서 있다

밧줄을 가지고 나오니까

받아서 다리를 묶어서 주고 간다


나는 무서워서 일단 묶어 놓았는데

닭이 워낙 커서 아니 벼슬은

빨강물감을 잔뜩 발랐는지 아주 크고 빨갛다

파닥거리며 날아서 테라스 위로

올라온다 하필 테라스 기둥에

메어놓고 가서 밖으로 나가지도 못한 채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서 유리창 너머로 쳐다보니

장닭은 추운 날도 기죽지 않고

봄날인지 이리 날고 저리 날고

그러다 소리를 지른다

꼬끼오! 하고 말이다


한 밤 중에 전화벨이 울린다

"자네 그 장닭 잡았는가?

배 가르고 잘 씻어 찹쌀도 넣고

인삼도 넣어 푹 삶아서

서울 갔다 온 어르신 하고 묵소"

큰 동서가 하는 말이다

" 닭이 커서 물것 같아요"

하려다 그냥 "네 알았습니다"

하고 앉아 있자니 기가 막혔다


선물을 주려거든 잡아서 주던지

아니 저렇게 힘센 장닭을

잡기는커녕 내가 잡혀먹게 생겼는 걸 하고 중얼거렸다

창 너머로 본 장닭은 정말 크고

아직도 푸드덕거리다

힘 찬 소리를 지른다

또 전화벨이 울린다

"어이 자네 당숙이 기차를 탔다네

자네 아버님이랑 말일세

닭은 잡았는가?" 또 묻는다

답이 없자 " 거 자네 빨리 큰솥에 물 펄펄 끓여서 확 모가지 비툴 어서 뜨건 물에 담가 터라고를 뺏겨서 하란 말이세 "


울쌍이 돼서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누었다

또 벨이 울리면 어쩌나 보기만 해도 무서운데 궁리를 하다

벌떡 일어나 전화를 했다

친한 아우님에게 " 우리 집에 아주 크고

소리도 큰 장닭이 와서 줄에 묶어 놓았는데

우리 형님이 나보고 그걸 잡아서 삼계탕을 하라는데 동생 닭 잡아 봤어?"

하니 " 언니 그거 나가서 양 날개를 잡고 서로 엇갈려 꺾으면서 날개쭉지를 한 손으로 잡고

다른 한 손으로 닭의 머리를 꺾고"

하길래 " 난 몰라 몰라 정말 무서우니까

제발 우리 집에 와서 잡아다 빨리 털 벗겨서 삼계를 만들어서 한 그릇만 줘라" 하니 차를 끌고

왔다 " 언니 닭이 참 좋구먼

빨리 닭을 가지고 와"

한다 " 저거 좀봐 동생, 큰 거 난 못 잡아

" 하니 달려와서 날개쭉지를 잡더니 끈 채 차에 싣고 갔다


얼마나 속이 편한지

장닭은 이 겨울이 뭐 봄날인 줄 알고

소리를 꽥꽥 지르고 파닥이는지 정말 무서웠어

안도의 숨을 쉬며 앉아 있는데

걱정이 생겼다

자네 장닭은 잡았나? 하는 형님 소리가 꼭 저승사자 소리 같았다


그래 삼계탕 했냐고 전화 오면 안 되지,

그럼 그렇고 말고

난 똑똑해! 일어나서 웃으며

냉동실에 하림 닭을 손질해서

우유에 담가 치킨 준비를 하고

하나는 삼계탕을 끓였다


콧노래를 부르며

후리이드치킨과 양념치킨을 만들고 삼계탕도 다 만들고

잠이 들었다

한참 쿨쿨 자는데 꼬끼오!

장닭 소리가 났다 눈을 뜨니

탉이 온 것이다

유리창 너머 장닭이 보인다


유리창을 톡톡 깨고 들어온다

나는 죽을힘을 다해 소리를 질렀다 살려달라고


누가 나를 툭툭 친다

아가! 웬 꿈을 꾸었기에

소리를 지르고

사람이 와도 모르고 자니?


사방을 보니 서울 갔던 사람들이

다 와서 방안에 선물이 가득하다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과자. 양말, 빵, 케이크 난리다


꼬마들도 와서 난리다

냄새가 난다고

수탉을 잡았다더니 요리를 한 모양이구나 아버님이 말씀하신다

아이들은 저녁을 안 먹었다고:

배고프다 난리다

식탁보를 열으니

치킨이다 소리치며 달려온다

:

나는 말없이 삼계탕 치킨 다

상에 놓고 밥을 차렸다

장닭이 엄청 맛있다고 조카들이

난리다 어머님은

너는 어찌 요리를 하였기에

장탉이 이렇게 보드람냐 묻는다

아버님이 " 원래 요리를 잘하니까:

그러지 안 그러냐 아가"

아버님은 눈을 끔쩍거린다


맛을 아신 거다

며칠 지나고 슬쩍 물으셨다

아가 그 장닭이 어떻게

다른 닭으로 변신을 한 거냐 물었다

너무 무섭잖아요 봄날인 줄 알고요 팔닥거리는데 무서워서

순한 닭이랑 바꿨어요

" 잘했다 잘했어 형님한테는

우리가 장닭을 먹은 거다

물어보면 맛났다고 하련다"

크리스마스 날 나는 눈 길을 달렸다

삼계탕을 해준다더니

오일이 지나도 연락이 없다


장닭아 넌 살아있긴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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