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누워보니

모든 것들을 포기하는 순간 가장 편안해질 것

by 호윤 우인순 시인

사람이 가장 힘들 때는

땅에 떨어지지 않으려고 절벽 위

나뭇가지 끝에 매달려 안간힘 쓰며

매달려 있는 순간인 것 같습니다


떨어지지 않으려 움켜쥐고 놓지 않을 때

초조하고 가슴이 답답하고

죽을 것 같이 힘이 듭니다

그 모든 것들을 다 내려놓고

땅에 떨어지면 어떨까요

내가 지금 까지 그렇게 놓지않으려 아등바등하던

모든 것들을 포기하는 순간

죽을 것 같았는데 사실은

가장 편안해질 것이란 걸

아무도 모를 것입니다

오직 다 내려놓고 바닥에 떨어져 누워본

사람만 아는 비밀입니다


살면서 남들이 하는 건 다 하고 싶었지요

하지만 어느 날부터 하나씩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어느 날부터 신이 내게 안 주신 것이 있습니다

다 가질 수 없다는 걸 알게 될 것입니다

그래도 나는 신께 감사하렵니다

내게 주신 것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산다는 것은 내게 주신 축복에 대한 감사와

그 축복에 대한 빚을 갚으며 사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산다는 것은 신이 숨겨놓은 보물을

찾는 것입니다 어떤 축복을 숨겨놓았을까요

그것도 신만이 아는 비밀입니다


바닥에 누워보니


호윤 우인순


낮은 곳에 내려와 보니

별이 보이고 들꽃이 보입니다


가을 낙엽처럼 떨어져 보니

바닥에 있는 친구들이 보이고

친구와 어깨를 나란히 바닥에 누워 하늘 보니

별들이 반짝이는 게 보입니다


절벽에 있을 때는 그저 떨어지면 어쩌나

안간힘 쓰느라 하늘이 안 보이고

길이 없어 절망뿐이었는데

바닥에 떨어지니

마음 내려놓을 수 있어 편하고

길이 다시 보이며 별이 뜨고

나는 하얗게 웃는 들꽃이 됩니다


높은 곳에 별이 뜨고

높은 곳 올라가면 행복이 사는 줄

고운 꽃이 피는 줄 알았는데

벼랑에서 추락하여 바닥에 떨어져 보니

아! 그곳에 행복이 웃고 있었습니다


구멍 난 지붕 위로 별이 웃고

퇴근 후 사들고 오는

따끈한 붕어빵 한 봉지에

해맑은 행복이 가득 웃고 있었습니다.


어떤 비싼 음식도 맛이 없더니

따끈한 시래기 된장국 한 그릇이

나를 행복하게 해 줍니다.


<호윤 우인순 시집 "길 위에서 중">

작가의 이전글크리스마스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