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어릴 적 영산강 물길 출렁거려
바람이 지나가며 소리치고 지운 소리들
물 빠진 갯벌에 뽈뽈 소리 내고 기어가며
흙으로 덮어 버린 털 게 소리
학교 가는 길 올라탔던 뱃고동 소리는 뿌웅! 하고
아버님 기억 속에 둥지를 틀고
기억마다 거미줄 치며, 알을 까고
책갈피 마다 차곡차곡 끼어놓았다가
어느 날 살며시 기어 나온다.
“아가! 81년 영산강은 하구둑 완공으로 인해
월송리가 넓은 평야로 변했지만
옛날은 배가 다니고, 물이 빠지면 펄쩍펄쩍 뛰는 짱둥어가 뛰고, 장어들의 소굴 이었지
갯벌에 털 게가 기어가면,
아이들은 푹푹 빠지며 털 게를 잡다
손이 물리곤 했어
고무다라에 아주머니들이 생선을 가지고 와서
손뼉 치며 파는 소리
너무 신났어, 할머니가 사서 불에 구워주면 엄청 맛있었지“
아버님은 온종일 숨겨둔 소리들을 데려와서
새끼를 치면서 신나서 떠들었고
소리들은 해질녘 해를 따라 사라지고
푸른 평야만 남았다
논둑 길 걸어가는 내 발자국 위에
다 돌아간 것 같은 아버님의 소리들이
자박자박 따라와선 내 기억 속으로 들어가
이따금 기어나와 저혼자 중얼거린다
그뿐이 아니다
아침이면 듣던 까치 소리
어머님 참깨 두드리며 털던소리
그 소리 속에 묻어나는 서러운 한 맺힌 소리들
하늘 집 가신지 오래인데
이따금씩 기어나와 저 혼자 중얼거리는지
아가 하고 부르기도 하면
놀라 뒤돌아보면
아무도 없는데 소리만 내려왔는지
나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