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투

by 호윤 우인순 시인

한 번쯤 누구나 추운 겨울 따스한 외투를

사러 시장이든, 백화점 이든

외출을 하여 고르던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어렸을 적은 부모님이 사주신 잠바나

코드를 아무 생각 없이 즐겁게 입었는데

이십 때 되면서부터 색깔이 마음에 안 들어

스타일이 싫어서 입지 않고

사주신 옷을 장롱에 두다 버렸다


삼십 대가 되면서부터 내가 골라 사다 입고도

잘못 샀다고 내 스타일에 안 맞는다고 느껴져서

남을 주거나 버렸다


모든 옷이 내가 상상하던 것과

나 자신이 입어 편안하고 어울리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으나

나는 잘 몰랐었다는 것을 육십이 넘어서야

느끼기 시작했다


사람이 살면서 이십 때부터 데이트를 시작하고

친구들도 결혼을 하기 시작하였다

결혼을 하여 살다가 성격이 안 맞아서

못마땅하여 이혼을 하기도 하고

짝꿍이 먼저 하늘나라로 가서 혼자 사는 친구도

있었다 나이 들면 사람이 사는 것도

계절이 바뀌듯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인생의 가을을 맞이하여 첫눈 내리는

겨울을 맞이하면서 춥기 시작하였다


외투가 있었으면 하고 백화점엘 갔다


조금 크거나 구멍이 났거나 값싼 외투도

추울 땐 간절히 있었으면 하고 빌었다

추울 땐 따스한 외투가 필요하듯

옆에 있어 줄 사람이 필요해졌다


당신은 외투가 있습니까 눈 내리는 겨울

찬바람 부는 겨울

바람을 막을 외투가 있습니까

나이 들어서는

메이커가 아니어도 , 비싸지 않은 것이여도

그저 따스히 감싸고 웃어줄 외투가 필요하다는

것을 나이 들어 인생의 겨울을 맞으니 알게 되었다


외투 /호윤 우인순


성미 까다로운 여자가 있었습니다

무르익은 사과 한 개 고르는데도

이상점 저 상점 돌아다니며

고개를 갸우뚱갸우뚱


스카프 하나 티셔츠 하나도

이것저것 생각하며

가장 아름다운 것을 고르려고

이 백화점 저 백화점 돌아다닙니다.


어느 겨울 성미 까다로운 여자

추위를 못 이겨

외투 하나 사려고 상점엘 갔는데

이건 너무 호화스러워서 싫고

저건 모양이 그렇고 그래서 싫고

요건 마음에 드는데 돈이 없어서 아쉽고

마음만 설레며 외투를 보다가

돈을 저축하기로 했습니다.


온 세상이 하얗게 눈이 오는 날

성미 까다로운 여자는 꽁꽁 언 손을 불며

통장을 보았지요.

조금만 조금 더 모이면 외투를 사야지

상점 윈도에서 외투를 보며 외쳤습니다.

그러나 한 달, 두 달이 가고 해가 바뀌어도

그 여자는 외투를 사지 못했습니다.

엄청 비싼 외투였거든요.


오랜 시간 지나

세월이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그 여자를 찾아갔을 때

그 여자는 떨고 있었습니다.

떨어진 외투, 유행에 지난 싸구려 외투

촌스러운 시골 아줌마의 외투

어디서 얻어 입었는지 몸에 큰 우장을 쓴 것

같은 외투


이런저런 외투를 입고 서있는 사람들 틈에서

아무것도 못 입고 서 있는 그 여자는

눈물 글썽이며 독백처럼 중얼거렸습니다.

그래 아무튼 외투는 외투야

구멍이 나면 어떻고 때가 좀 묻었으면 어때

세찬 바람 막아주면 됐지


외투가 없는 그 여자는

외투 입은 세상 모든 여자가 다 부러웠습니다.

이제 세상 상점에는 외투가 다 팔려

그 여자의 많은 돈이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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