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은 봄부터는 농번기라
여름 내내 바빠, 가을은 추수기라 또 바쁘고
그저 안부만 전하며 살지요
흙투성이로 태양아래 땀 뻘뻘 흘리며 일하고
가을 추수 끝내면 그때서야 비로소
분위기 좋은 찻집도 가고, 맛이 있다는
자장면 집도 함께 가서 먹었다
가끔씩 여행을 떠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조용히 밭작물을 거두어들인
참깨를 고르고, 콩을 고르고
나누어줄 사람들을 떠올리는 시간이다
그런데 아는 언니 한분은
정월대보름만 되면 큰 가마솥 가득
찰밥을 쪄서 언니네만의 식당문을 열고
닭을 잡고, 고기도 사다 굽고 나물 하고
식혜도 담아 놓고서 상을 내와 다 먹으면
또 나오고 또 나오고 마지막 차와 다과를
먹으며 끝나는 대접을 한다
그곳에 가면 늘 대접 받는 기분이다
그 언니는 일년은 일하며 가끔 우리가 사주는
밥도 얻어 먹고 차도 마시지만 겨울은 꼭
살아오면서 고마운 분이나, 아는 지인, 그리고
힘든 분들에게 밥 한상을 걸하게 대접한다
물론 밥값은 없고요
따스한 손과 고운 웃음 이 밥값일까요,
우리는 7일째 언니네 식당문을 두드린
귀여운 참새 손님이지요
일 년 동안 모아두었던 수다를 떨며
각자의 소식을 전하고 가장 편안하게 다리 뻗고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어제는 우리 차례였다 전화를 받고
빈손으로 가기 싫어서
얼마 전 뻥튀기한 떡과 쌀을 썩은
뻥투기를 가지고 갔다
모두들 집에 있는 과자나 과일도 가지고
갔다 반갑게 맞이하며
"동생 그냥 오라 하니까 무얼 들고 와" 한다
보름달을 바라보며 스치는 찬바람에도
따스한 손을 잡으니 너무 행복했지요
서로 부둥켜안고
어이 자네는 왜 그리 바빴는가?
우리 오빠는 잘 챙겨주고 살았는가
나한테 묻는 언니의 말
나 살기에 바빠서 언니에게
전화 한 통 없는 나에게 그것을 묻는 말이었다
밥상을 마주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눈물도 그렁거리고 거칠어진 손도 잡아보면서
커피를 한잔 하니 달콤한 커피 향이
우리가 사는 삶의 진한 냄새처럼 향긋하게
코끝에 스미었다
아! 나는 이제 지금보다 더 나이 들어 70이 되고
80이 되어 시골 농부 언니들이 농사를
손에 놓고 앉아 있으면 서로 또 이렇게
이집저집 드나들며 살 풍경이 지금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을 하니 참 행복했다
세상에서 가장 따스한 보름상을 받으며
태양에 그을린 검은 얼굴에 잔잔이 주름이
보이는 언니의 얼굴에서도 행복의
미소가 흐르고, 거친 손을 잡고 고마움의 인사를 하며 집으로 가려고 서있을 때
그 손이 정말 따스하게 내 가슴에 스며들었다
세상에 무엇 때문에 그렇게 큰 황새들
틈바귀에서 가랑이가 찢어지도록
참새인 내가 황새를 따라가려고
애를 쓰고 힘들었던가
아무리 꾸미고 뛰어도 참새는 참새인 것을,
참새들 틈에서 모여 시끄럽게 조잘거리고 떠들며
사는 삶이 더 행복한 삶인데
왜 그리도 높아지려 했는지,
왜 그리 작은 날개를 푸드덕 거리며 애를 썼는지
부끄럽고 미안한 시간이었다
나는 누구에게 따스한 밥상 한번 차려준 적
있는지 생각하니 너무 부끄러웠다
조그만 토담집에 불빛이 너무 따스한 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하늘을 보니
달이 큰 입을 벌리고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