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공주-회충약
어린 시절에 본 지저분하고도 참혹한 광경은 둘이 있는데
하나는 까만 머릿니가
기어 다니는 모습이다
할아버지는 까만 머릿니가 있는 친구랑 놀면 이가 나한테 옮겨 온다고 그런 친구랑은 놀지 말라고 했지만 그 시절
시골 아이들은 까만 이가 많았다
또 하나는 회충약 사건이다
오늘은 조금 지저분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내가 시골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엔
아이들 머리에 하얗게 붙은 서캐가 많았다.
공부시간에 아이들이 가려우면 머리를 북북 긁는다
60년대 우리나라는
많이 가난하고 문명이 지금처럼 발달된 나라가 아니었다
보릿고개 시절이라고 쌀밥 먹는 것이 부려하던 시절이다
학교 가면 아이들이 고무줄놀이를 하고
땅따먹기를 하며 놀았다
학교 급식이 나왔는데 구수한 옥수수 죽이
엄청 맛있어서 도시락을 주고 바꾸어 먹었다
시골은 거의 농사를 짓고 살아서 바쁘기 때문
아이를 챙겨줄 시간이 없는 집이 많아서 부모가 일나 가면 언니나 오빠가 아기를 봐주는 시대라
등교 시 동생까지 돌보느라고
학교에 동생을
업고 온 학생도 있었으니
복장도 엉망이다
그러니 옷은 흑이 묻고 난리다
어느 날 점심을 먹다 보면
새까맣게 생긴 이가 아주 작은 녀석인데 친구의
머리카락을 타고 얼굴에서 기어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머리 검사를 실시했고 복장 검사도 하고
손톱 검사를 했으나
여전히 까만 이가 기어 다니거나
머리에 하얀 것이 대롱대롱 매달려있다
그날은 그 친구가 혼이 나는 날이다.
쉬는 시간에 선생님께서
친구를 불러 책상에 앉자,
신문지를 펼치고
촘촘한 참빗으로 빗겨주면
까만 이들이
신문지에 톡! 톡! 떨어지고, 친구는 손톱으로 머릿니를 꾹 눌러 죽였다
신문지에 빨갛게 묻는 피는
더럽다기보다 무서웠다
흡혈귀처럼 사람의 피를 빨아먹었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어느 날, 내일은 회충약 먹는 날이니
모두 밥 먹지 말고 학교 오라고 했다
우리는 학교에 오자 마자
선생님께 물 한 컵 씩 받아 회중약을 먹는다
학교가 끝나고 친구들하고 산등성이를 지나 동네 앞 논둑길을 지나는데
영희가 배가 아프다고 곧 죽을 것 같이 인상을 쓰더니 남의 집 밭에 뿌지직 변을 보고, 더는 똥이 안 마렵다고 일어나면서 신문지로 엉덩이를 닦다가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친구하고 나는 왜 그러냐고 달려가 보니
밭에도 지렁이처럼 생긴
하얀 벌레가 꿈틀꿈틀 움직이고
친구의 엉덩이에서 꼭 라면 보다 조금 큰 벌레가 라면 줄기같이 가닥가닥 나와 꿈틀꿈틀
떨어지지도 않고 붙어 있는 것이다
그 참혹한 광경을 본 나는
무서워서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몰라! 몰라! 난 무서워서 도와줄 수가 없어" 소리쳤다
조금 있다가 같이 가던 숙자도
배가 아프다고 난리다
한 친구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자기 뱃속에서 벌레가 나온다고
엉덩이를 쳐들고 울었다
나는 무섭고 어찌할 수가 없어서
쏜살 같이 집으로 달리는데
양철필통과 양은 도시락에서
연필, 숟가락 젓가락이 흔들리면서
저음의 퉁퉁 장구소리, 맑은 음의
가야금 퉁기는 소리도 나고
팅팅 탕탕 실로폰 소리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얼굴이 붉어지며 숨을 헉헉 거리며
대문을 열으니 유모엄마가 놀라
"아가씨 무슨 일이에요?" 한다
"유모 큰일 났어요
아이들이 오늘 아침 회중약을 먹고
학교가 끝나 집으로 오는데
동네 앞에 와서는 배가 아프다더니
하얀 벌레가 나와서 울고 있어요
엉덩이에도 벌레가
붙어서 꿈틀거려요
너무 무서워요
영희도 엉덩이를 거꾸로 들고 울어요"하니
유모엄마랑 산지기 아저씨가 깔깔 웃었다
처음 회충약을 먹어서 모르나 본데
그것이 회충이라는 벌레라고 몸속에 있으면 우리 몸에 좋은 것들을 다 먹고
크기 때문 약을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산지기 아저씨가
동네 근처 밭으로 달려갔다
아이들 얼굴이 공포에 질려있었다
한 움큼 들고 온 신문지로 엎드리라 하고
벌레를 다 빼주었다
그날 밤 나는 잠을 못 잤다
분명 내 뱃속에서도 벌레가 살고 있을 터인데, 친구들은 다 나왔는데 나만 안 나왔다고 생각을 하니 정말 무서웠다
꿈속에 벌레들은 내 뱃속이 마치 자기들 우주인 것처럼 돌아다니며 영양분을 다 빨아먹어
엄청 커져서 마침내 내 뱃속을
뚫고 나와 달려드는 꿈을 꾸었다
깜짝 놀라 일어나니 아침이다
배가 아팠다
나도 이제 벌레가 나오려나 보다 생각이 들었다 유모엄마한데 달려갔다
나를 보더니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냐고
물었다 "유모! 내 배가 아파요 아마도 벌레가 나오려나 봐요 무서워요"
유모는 누우라더니 배에 손을 대고 문 지러 주었다 내손이 약손 이라면서
그리고는 화장실로 데리고 갔다
힘을 주라 하여 힘을 주니 큰 똥이
하나 툭! 하고 떨어졌다
내가 어릴 때는 화장실이 재래식이라서 냄새도 심하고
아주 깊고 무서웠다
가끔은 화장실 밑에서도 벌레가 꿈틀꿈틀
기어 다니면 나는 무서워 화장실 안 간다고 울었다
그럴 때는 산지기 아저씨가
화장실에 하얀 약을 뿌려주면 벌레들이 사라지곤 했다
아침을 먹는데 벌레를 보았냐고 이모님이 물었다 "아니요 무서워서 안 봤어요."
밥 먹는데 징그러운 벌레 얘기를 하니
밥맛이 뚝 떨어졌다 그런데
모두들 큰일 났다고 나를 보고
놀렸다
이제 벌레들이 뱃속에서 클 거라고
아가씨는 얼마 못 살 거라고......,
그날 학교를 갔는데 아침부터 선생님이
회충 나온 사람 손들라고 했다
모두 손을 드는데
나하고 반장이 손을
안 들었다
"손 안 드는 사람은 또 약을 먹어야 해요
두 사람 앞으로 나와봐요" 하셔서 나가니
"다음부터는 회충이 안 나온 친구 한 데는
사탕을 줄 거예요"하며
커다란 눈깔사탕을 하나씩 주었다
아마도 변을 늦게 보아서 똥 속에 죽어서 묻혀 나왔기 때문 꿈틀거리지 않았을 거라고
안심하라고 말했다
가끔 회충약을 보면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른다 요즘은 그렇게 꿈틀거리는
회충이 나오는 아이는 없을 것이
다
이젠 시골도 모두 수세식 화장실이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나는 초등 5학년때 서울 학교로 전학을 왔다
시골 학교와는 많이 달랐다
그때는 중학교 때부터 시험을 보고 들어갔다
나는 참 불행한 시절에 공부를 한 것이다
초, 중, 고 예비고사까지 대학시험을 치른 마지막 입시 세대였다
주로 잠은 독서실에서 잤다
가정교사가 있던 시절이다 가정교사가
집에 입주를 해서 살던 시대가 끝나니
늦은 밤까지 과외 수업을 받고 말이다
늘 잠이 부족해서 힘들던 시절이다
서울 오니 지렁이 나오는 아이들은 없었다
나하고 한 살 밑인 여동생은 뱅뱅이 추천 제도로
학교를 가는 시절로 바뀌어서 고생을 덜했다
참 오래된 이야기이다
아마 요즘 세대들이 이 이야기를 들으면
설마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