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상대로 국어사전
1. 도중에 멈추거나 일시적으로 어떤 곳에 묵다
2. 더 나아가지 못하고 일정한 수준이나 범위에 그치다
'ㅇ(이응)'보다 'ㅁ(미음)'이 주는 안정감에 대해서 말할 것 같으면,
나는 당신에게 잠시 눈을 감을 것을 청한다.
어떤 문을 열었는데 방 안의 구조가 사각형이 아니라 원형임을 발견한 순간을 상상을 해보자.
어느 곳에 어떤 모습으로 있어도 상관없겠지만, 이는 곧 어디에도 있을 수 없다는 메아리로 되돌아온다.
원형의 공간에서는 자신의 몸뚱이 하나를 어디에 자리를 잡아야 할지 막막하겠지만 네 귀퉁이가 있는 사각형이라면, 나는 저 네 구석 중 하나를 택해서 내 몸 하나를 꼬깃꼬깃 구겨 넣고 싶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 따위는 내 등 뒤에 감춰두고 무릎을 두 팔로 감싸며 주위를 조심스럽게 살피면서 말이다.
이제 눈을 다시 떠도 된다. 내 눈을 바라봐도 괜찮다.
나는 역마의 숙명을 갖고 태어나 자의든 타의든 언제나 익숙해질 때쯤에는 다시 어디론가 떠나야 했다.
'방어'는 오랜 내 삶의 전략이었기 때문에 개방과 폐쇄가 적절한 혼재한 듯한 'ㅇ(이응)'보다는 새침하게 각진 'ㅁ(미음)'이 나에게 편안한 환경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나는 가끔은 세상이 네모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서 온 세상의 어린이를 다 만나고' 싶은 마음은 이제 오랜 화석이 되었다. 그저 네모난 세상에서 나에게 허락된 작은 공간에 머물고 싶다는 마음이 갈라진 화석을 뚫고 작은 싹으로 자라나고 있다. 이 세상 어디에도 내가 속한 곳은 없다는 자각에서 비롯되는 씁쓸한 조소가 아니라, 조그마해도 좋으니 오롯이 나만이 꼭 들어찰 수 있어서, 그래서 나만이 점유할 수 있는 공간, 그곳에서 나의, 나에 의한, 나를 위한 머묾을 항유하며 충만한 미소를 지을 날이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