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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닥노닥 Sep 10. 2023

나의 부모는 장사꾼이었다

내 일상대로 국어사전

장사: 이익을 얻으려고 물건을 사서 팖. 또는 그런 일

장사(壯士): 몸이 아주 우람하고 힘이 아주 센 사람



나의 부모는 장사꾼이었다. 

일터가 곧 집이었던 어린아이의 눈에 보기엔 그들은 때론 비정했고 때론 비굴했다. 

나는 그런 부모를 뜨겁도록 냉정하게 판단하고 평가했다. 친구들 눈에 나의 부모가 눈에 띄질 않기를 바랐던 적이 많았고, 그러한 연유로 친구들에게도 나의 부모에게도 쉬이 곁을 내주지 않았다. 

나는 당시 나의 부모의 현실을 비관하고 원망했다.


나는 장사꾼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다 큰 어른의 눈에 보기에도 난 누군가에게 비정할 만큼 용기도 없었고, 매 순간이 비굴했다. 

일터가 집과 떨어져 있는 나는 다행히도 그런 내 모습을 부모에게 보여주지 않았다. 설사 그런 모습을 보이더라도 나는 나의 부모가 그런 나를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않을 것임을, 외면할리 없음을 확신한다. 또, 자식이라는 염치없는 이유로 나의 부모의 곁을 차지하는 건 허무할 정도로 쉬운 일이다. 

이제 나에게 과거 나의 부모의 현실은 이제 나는 도달하지 못할 이상이 되었다. 


하지만 나의 부모는 장사(壯士)는 못됐다. 

하루가 다르게 그들의 몸은 비틀어져갔고 들이키는 약의 종류도 점점 많아진다.

'아무래도 끄떡없다'는 그들의 호언장담은 그들의 검은 머리처럼 설득력을 잃어간다. 어느새 빈자리를 많이 내어준 나의 부모의 머리숱 구석구석을 형광등의 불빛이 야속하게도 파고들어 빛을 발하고 있다. 

계절이 뒤바뀌듯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꿈을 접어야 했던 젊은이의 앞날처럼 절망스럽게 느껴지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장사(壯士)가 되어볼까 한다.

시간의 궤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미래의 당신은 점차 되기 어려운 존재일지도 모르지만, 당신의 모습을 꼭 빼닮은 나는 절대 어두워지지 않는 백야와 같은 장사가 되어 당신과 현재를 함께하는 든든한 당신의 과거이자 또 다른 미래가 되리라.


사진: Unsplash의 Xavier T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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