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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닥노닥 Oct 29. 2023

MBTI는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내 일상대로 국어사전

허점(虛點): 

불충분하거나 허술한 또는 주의가 미치지 못하거나 틈이 생긴 구석.


약점(弱點): 

모자라서 남에게 뒤떨어지거나 떳떳하지 못한 .


저는 MBTI 결과를 꽤나 믿는 편입니다. 누군가는 설문의 주체가 본인이기 때문에 결과는 스스로가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이 반영되어 왜곡될 수도 있는 얘기도 있고, 사람의 유형을 16가지로 나눈다는 측면에서 일반화의 오류가 발생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조차도 종잡을 수 없는 '나'라는 사람을 어떤 식으로든 설명해 주고, 정의해 주기 때문에 저는 그것을 접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우호적으로 대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누군가가 저에게 묻더군요. MBTI가 무엇이냐고. 그래서 저는 INFJ라고 답해주었고, 똑같이 되물었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저에게 "MBTI는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알려드릴 수 없다"라고 답했습니다. 

거기서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지만, 왜 MBTI를 알려주지 않는지, 그 이유를 추측하기 시작했습니다. 개인정보를 타인에게 노출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한 불편함에서부터 경제적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까지 다양하겠지만, 결국 핵심은 그 정보를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알고 있었을 때 허점 더 나아가 약점으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정말로 성격이 개인정보로서 기능한다면, 상대방의 성격을 이용해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판을 짤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있겠구나 하며 동의했습니다. 하지만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런 너를 존중하고, 이런 나를 사랑한다 

상대의 성격과 특성을 안다는 것은 제가 상대를 배려할 수 있는 가용능력이 되기도 합니다. 

자신의 성격과 특성을 안다는 것은 제가 스스로 상처받지 않도록 하는 주의사항이 되기도 합니다.

상대방이 싫어하거나 예민한 부분은 가까이 가지 않거나 우회하고, 제가 싫어하거나 예민한 부분은 드러나지 않도록 잘 감싸는 일이 되겠죠. 제가 다치지 않기도 하겠지만, 동시에 상대방이 갑작스러운 제 반응에 놀랄 수도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가령, 저는 어릴 적부터 낯을 많이 가리고, 부끄러움을 많이 탔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을 대하는 일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런 성격으로 엄마의 등 뒤에 숨어 엄마의 팔을 잡아끄는 일이 엄마를 힘에 부치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엄마가 언제나 제 옆에 있을 수 없는 현실도 깨달았습니다. 그 이후로는 연습을 통해서 그렇지 않은 척할 수 있는 능력은 어느 정도 갖추었지만 여전히 사람들 많은 곳에서 교류하다가 오면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혼자서 다시 에너지를 채우곤 합니다. 제 주위에는 이런 저를 존중해 주는 너무 좋은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물론, 아직 이런 저를 사랑하는 데까지는 완벽히 미치지 못했지만 말이죠. 


그렇더라도 그런 너를 존중하고, 이렇더라도 이런 나를 사랑하는 일이 아닐까요. 알아간다는 것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그런 개인정보쯤은 타인에게 살짝 보여주기도 하고, 타인의 정보도 조심스럽게 궁금해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세상에는 그걸 이용해서 약점으로 사용하려는 사람보다는 당신을 존중해 줄 선한 사람들이 더 많다고 확신합니다. 물론, 과거의 상처가 있었다면 유감입니다. 혹여나 흉터가 남았다고 해도 당신만 괜찮다면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누구나 생김새는 다르듯 생각도 다르니까요. 

당신의 개인정보는 묻지 않겠습니다. 비밀로 해두시죠. 덕분에 굉장히 흥미로워졌습니다. 


그러나 며칠도 되지 않아 너무나도 쉽게 그분의 MBTI를 알게 되었다. 농담이었다며.


사진: Unsplash의 Arturo Espar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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