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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닥노닥 Oct 31. 2023

하루를 밟지 마시오

내 일상대로 국어사전

가시다

1. 어떤 상태가 없어지거나 달라지다

2. 물 따위로 깨끗이 씻다


꼬장

1. 상대방의 일을 방해하려는 공연한 심술


아주 고마운 일이지.

나는 하루의 문턱에서 또다시 배우는 거야. 

절대 당신처럼 되지는 않겠다. 이렇게.


저 사람만큼 사람에게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을 찾기는 힘들 거야.

눈만 봐도 나는 저 직원이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얼마나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알겠던데. 

오죽하면 나는 당신보다 몇 시간 전에 먼저 와서 주문을 하다가 놀랐어.

생경한 풍경이어서. 저 직원이 보여주는 웃음이.

너는 그런 사람의 선한 의지를 짓밟은 거지.

어줍지 않게 몇 푼도 안 되는 돈을 쓰면서 말이야.

물 하나쯤 종이컵에 마시는 게 그렇게 억울할 일이야?

네가 저 직원의 말을 존중하지 않고,

사장을 찾으며 억지를 부리며 목에 핏대를 세우는 바람에

그 직원은 한동안을 카운터 옆 보이지 않는 곳에 쪼그려서 마음을 추슬러야 했어.

너는 관심도 없었겠지만.

왜 누군가의 하루를 망쳐버리는 거야.

그럴 만큼 네가 취한 편익이 가치 있는 건가. 


나중에 불평하지 마. 

더 이상 세상이 푸릇푸릇한 잔디가 아니게 된다고 하더라도.

네가 만든 세상인 거야. 

네가 사람들의 하루를 짓밟고, 그들의 상처는 가시지 못해서 결국 흉터가 남아버린 삭막한 세상. 

제발 밟지 말라면 밟지 마. 

누군가의 하루. 

매일같이 시작되는 평범한 하루 같겠지만, 

그 사람이 자신의 하루를 가꾸어내기 위해서는 

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 

그 사람이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내는 용기, 

그 사람이 스스로의 시간을 의미 있게 메우기 위해 흘리는 땀, 

어느 하나 필요하지 않은 게 없어.

당신은 상상도 못 할 만큼 엄청난 거야.

당신이 품은 하찮은 가시 따위로 망쳐버릴 만큼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야. 

부디 언젠가는 깨닫기를 바라.


오늘 다시 온 카페에서 마주한 그 직원은 여전히 웃고 있어.

거봐. 선한 의지는 꺾이지 않아.


아픈 상처는 씻은 듯이 가시고, 언제나 당신의 친절이 지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익명의 손님이.


사진: Unsplash의 Aaron Bu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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