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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닥노닥 Jul 06. 2023

비행을 시작할 때다

우리 비행기는 곧 이륙합니다.  

친구가 나에게 기념품으로 열쇠고리를 주었다. 친구가 공군에 일하고 있어서 그런지 비행기와 관련된 디자인이였다. 비행기가 지상에 주기(駐機)되어있을 때 센서 등에 이물질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커버를 씌우는데, 비행 전에 커버를 제거하는 걸 잊지 않도록 눈에 잘 띄도록 빨간색으로 커버마다 'Remove Before Flight(비행 전에 제거하시오)'라는 문구가 씌여져있고, 그 커버를 본따서 열쇠고리를 만든 것이라고 한다. 꾸미고 사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또 막상 물건 하나가 생기면 성실히 잘 사용하는 편이기도 하고 마침 자동차키에 아무것도 달려있지 않길래 달아놓고 다녔다. 


2년정도가 지난 오늘 사무실에서 차 키를 떨어뜨렸는데 그 충격으로 열쇠고리도 키에서 떨어져서 분리되었다. 연결 부분의 이격도가 커진 탓이였다. '나름 오래 썼네. 나중에 망치같은 거 있으면 꼭꼭 눌러서 원의 틈을 좁혀야겠다'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책상의 한 구석에 아무렇게 놓고 다시 일에 집중했다. 

그러다 문득 드는 생각! 아니 확실한 신호다!


이제 비행을 시작할 때다!

미쉐린(MICHELIN) 타이어라고 아는가? 나는 부담스럽고 기괴하게 웃고 있는 미쉐린 타이어의 캐릭터가 상처받은 인간 군상을 대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숱한 상처들을 견뎌낸 사람들이 자신의 어린날의 상처가 덧나지 않게 혹은 똑같은 상처를 입지 않도록 스스로에게 붕대를 칭칭 감아댄다. 그리고 그 어설픈 붕대들이 제대로 감기지 못해 풀어지면 다시 당신은 그 끝자락을 밟아 넘어진다. 그렇게 허우적대는 모습이 일반적인 사람들의 모습이 아닐까? 그러면서 아무렇지 않은 듯이 인위적인 웃음을 지어보이는 당신. 어쩌면 저 캐릭터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울과도 같지 않을까?

출처:  Unsplash의Ye Massa

상처는 언제나 아픈 법이고 본능적으로 우리는 위험을 회피한다. 상처를 입던 순간의 모든 걸 강박적으로 기억하고, 그 수많은 징후 중 하나라도 보이면 주저하게 되는게 인지상정이다. 그리고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수 있는 비상구(非常口)의 위치를 재빠르게 찾는 것이 현명하다고 우리는 배워왔다. 그러나 비상구(非常口)의 위치를 염두에 두면 신체의 아주 미세한 감각이 '위험'을 가르키기만 해도 우리는 비상구(非常口)로 재빠르게 몸을 숨길 것이고 그 다음 도전을 더욱 망설이게 될 것이다. 또한, 비행기가 이물질이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혹은 충격을 보호하기 위해 커버를 씌운 채로 비행을 시작한다면 그 비행은 너무도 위험한 비행이 될 것이다. 다음을 위한 속도, 압력, 온도 등 필요한 어떠한 정보도 정확한 값을 얻어낼 수 없다. 조종사는 잘못된 판단을 내리거나 판단이 지연될 것이고 그것은 큰 사고로 직결된다. 결국 비상(飛上)을 위해서 우리는 우리를 감싸고 있는 커버들을 풀어내고 온전한 모습이여야 한다.

 감각을 날카롭게, 판단은 냉철하게, 그러나 기분은 짜릿하게. 그것이 비상(飛上)이다. 


우리 모두 도망칠 비상구(非常口) 말고,
우리 모두가 비상할 비상구(飛上口)를 찾아 정신없이 뛰어보자. 

어렴풋이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우리 비행기는 곧 이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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