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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닥노닥 Nov 05. 2023

마냥 그럴 수 없지만, 만약 그럴 수 없대도

내 일상대로 국어사전

경계(境界)

1. 사물이 어떠한 기준에 의하여 분간되는 한계

2. 지역이 구분되는 한계


경계(警戒)

1. 뜻밖의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여 단속함

2. 옳지 않은 일이나 잘못된 일들을 하지 않도록 타일러서 주의하게 함.

3. 적의 기습이나 간첩 활동 따위와 같은 예기치 못한 침입을 막기 위하여 주변을 살피면서 지킴


마냥

1. 언제까지나 줄곧

2. 부족함이 없이 실컷

3. 보통의 정도를 넘어 몹시


만약

1.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뜻밖의 경우에


 

비가 오려나. 재채기하려는 듯 하늘이 감질나게 푸르렀다 어두웠다를 반복해.

전화 너머로 네가 한숨을 내쉬며 방황하는 사이 불쑥 늘어난 나이를 한탄해.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에 펼쳐놓은 책장이 속절없이 넘어가듯 벌써 그렇게 되었구나. 우리가. 


아찔한 경계에 서서 삼엄히 경계를 하는 네가 나에게 물어.

마냥 우리가 꿈만 좇을 나이는 아니지 않으냐고,

만약 우리가 제 구실 못하는 어른이 되어버리면 어쩌냐고,


글쎄, 삶의 여정에서 나는 언제나 흔들리고 있는 타인을 마주하게 되는데

동시에 그에게 한 줌 희망조차 줄 수 없는 스스로를 확인하곤 했어. 

그리고 오늘도 나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너와 무기력한 나를 발견하게 되는구나.


이미 경계를 지나온, 아니 어쩌면 아직 경계에 다다르지 않는 내가 

네게 답하는 게 공허하고 실없는 위로밖에 되지 않을 것 같지만

친구 구실 못하는 게 못내 아쉬워서 서투르게 안간힘을 써봐, 이렇게.


마냥 우리가 어린 아해가 되어 철없이 굴 수 없지만

만약 우리가 꿈을 좇지 않으면 우리는 무어냐고,


만약 제 구실을 못하는 어른이 되어버린 대도

마냥 어른일 것 같은 사람들도 때로는 어린아이가 되는 것처럼 모든 게 과정이지 않겠냐고.


그리고, 친구야. 

언젠가 더 시간이 흐르고 더 이상 내가 무기력하지 않게 되는 날에는

그것이 결론이래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다만, 그 아이가 행복했었기를 바랄 뿐이야.


언젠가 미래를 고민하던 나에게 너는 우리 나이에 확신을 갖는 건 어쩌면 위험한 일일지도 모른다고, 

그릇된 강력한 신념보다는 올바른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고 말해줬지. 

그날 천냥의 빚을 네게 오롯이 갚을 날이 올까.


훗날, 나는 그만큼 힘이 되어주지 못해서 미안했었다며 기울이는 술잔에 취해 고백하고,

너는 이제는 웃을 수 있으니 괜찮다고 너그럽게 말해주는 거야.

그리고 한층 가라앉은 눈꺼풀로 집으로 돌아오는 만원 버스에 이 한 몸 뉘이면서 

차창 너머의 달을 바라보고 신께 감사하다고 인사드리는 거지. 그날이 오길 바라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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