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30대에 가장 잘한 일

by 마흔로그

마흔이 되어 지나온 길을 돌아본다. 특히 30대라는 시간을 자주 생각한다. 정신없이 달렸고, 많은 것을 이뤘던 시기다. 박사 학위를 받았고, 원하는 회사에도 들어왔다. 하지만 나의 30대를 통틀어 가장 잘한 일을 꼽으라면, 나는 망설임 없이 ‘독서’를 취미로 만든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독서의 시작은 사실, 절박함에 가까웠다. 박사 졸업을 1년 앞둔 무렵, 나는 심한 지적 열등감에 시달렸다. 특정 분야의 깊이 있는 통찰을 가져야 할 예비 박사. 하지만 스스로가 너무 평범하고 초라하게 느껴졌다. 이대로 사회에 나갔다가는, 회의실에서 한마디도 못 하는 사람이 될 것 같았다. ‘박사’라는 이름값도 못한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두려웠다. 그때 떠올린 생존 전략이 독서였다. 스페셜리스트가 될 수 없다면, 최소한 무시당하지 않을 정도의 제너럴리스트는 되어야 했다.


절박한 시작과 달리, 독서의 과정은 의외로 평온했다. 나는 일부러 어려운 책을 피했다. 서점에 가서 가장 재미있어 보이는 소설책을 골랐다. 도서관에서 제목이 마음에 드는 역사책을 빌렸다. 그렇게 부담 없이 시작했다. 한 권이 두 권이 되고, 두 권이 세 권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1년에 20~30권 정도는 꾸준히 읽는 나만의 리듬이 생겼다. 돈도 많이 들지 않았다. 대부분 도서관에서 빌렸고, 가끔은 이북으로 봤다. 한 달 평균 2만 원이면 충분한, 아주 경제적인 취미였다.


독서는 나의 좁은 세상을 넓혀주었다. 나는 책을 통해 내가 가보지 못한 시대를 여행했고, 다른 사람의 인생을 간접적으로 살았다. 그들의 성공과 실패를 보며 나의 삶을 돌아봤다. 직접 만날 수 없는 위대한 스승들을 책으로 만났다. 그들의 문장 속에서 삶의 지혜와 통찰을 배웠다. 비싼 취미 대신 독서를 택한 덕분에,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은 소소한 덤이다.


그렇게 시작한 독서 습관은 마흔이 된 지금까지 이어졌다. 어느덧 1년에 50권은 거뜬히 읽는 사람이 되었다. 읽는 양이 늘어나니, 가끔은 나 자신을 채찍질하고 싶을 때가 있다. ‘이렇게 즐기기만 해도 괜찮을까? 좀 더 생산적으로 읽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조바심이다. 하지만 나는 그 유혹을 경계한다. 독서마저 ‘일’이 되어버리는 순간, 나는 이 즐거움을 잃게 될 것이다. 생존을 위해 시작했던 독서는, 이제 나를 위로하는 휴식이 되었다. 무엇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좋아서 하는 몇 안 되는 일. 마흔의 나에게는 그런 시간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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