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라서 다행인 것

by 마흔로그

직장인의 단점을 꼽으라면 수없이 나열할 수 있다. 반복되는 일상, 예측 가능한 내일, 내 의지와 무관하게 움직여야 하는 거대한 톱니바퀴의 일부가 된 듯한 기분. 장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찾아본다면 회사 돈으로 받는 교육,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 몇 가지가 있긴 하다. 그중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장점은, ‘강제적으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혼자 힘으로 새로운 습관 하나를 만드는 것은 큰 의지력을 필요로 한다. ‘내일부터 해야지’ 하는 다짐은 쉽게 흩어진다. 하지만 직장인에게는 ‘출근’이라는 거역할 수 없는 강제력이 있다. 이 거대한 뼈대에 작은 습관을 얹는 것은, 맨땅에 집을 짓는 것보다 훨씬 쉽다. 정해진 시간표는 나의 자유를 뺏어가지만, 동시에 나태해지려는 나를 붙잡아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된다.


나는 매일 아침 출근을 위해 일어나야 한다. 어차피 일어나야 하고, 어차피 씻어야 한다. 여기에 조깅이라는 작은 습관 하나를 덧붙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른 아침 동네를 달리다 보면, 가끔 나와 같은 러너나 산책하는 어르신들을 마주친다. 그들의 표정에서는 어떤 조급함도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자신의 호흡과 걸음에 집중하는 모습에서, 삶의 여유가 느껴진다. 그들을 보며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아니, 이른 아침을 달리고 있는 지금의 나는, 이미 그런 사람이 된 것만 같다. 그 기분 좋은 착각이 아침을 더 상쾌하게 만든다.


출퇴근길 지하철도 마찬가지다. 매일 왕복 40분의 시간이 어쩔 수 없이 주어진다. 그 시간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의미 없이 시간을 흘려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대신 책을 펼친다. 솔직히 말하면, 약간의 허영심도 있다. 모두가 스마트폰 화면에 고개를 박고 있는 지하철에서, 나 혼자 종이책을 펼쳐 드는 순간. 무언가 스스로 시간을 주도하는 지적인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느낌도 꽤 좋다. 그렇게 하루 40분의 독서 습관이 굳어졌다.


나는 이 좋은 리듬을 주말까지 이어가려고 노력한다. 평일과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고, 비슷한 시간에 움직인다. 주말에 완전히 퍼져버리면, 월요일 아침에 다시 시동을 거는 일이 너무 고통스럽다. 이 작은 노력으로, 이른바 ‘월요병’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다.


누군가는 직장인의 삶이 자유가 없어 답답하다고 말한다. 나 역시 그렇게 느낄 때가 많다. 하지만 나는 그 강제성에서 역설적인 장점을 찾아냈다. 내 의지로는 만들기 힘든 '규칙'이라는 울타리를, 회사가 대신 만들어주는 셈이다. 나는 그저 그 단단한 울타리 안에, 조깅이나 독서 같은 좋은 습관을 하나씩 채워 넣기만 하면 된다. 이것이 과도한 정신승리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이렇게라도 생각해야, 이 팍팍한 직장 생활을 버텨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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