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유독 무게감이 다른 나이가 있다. 스무 살은 가능성만으로 빛났다. 서른은 성취를 향해 정신없이 달렸다. 하지만 마흔은 달랐다.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방에 들어온 기분이다. 마흔은 위와 아래, 안과 밖에서 동시에 나를 짓누른다.
위로는 약해지시는 부모님이 눈에 밟힌다. 아래로는 나만 바라보는 어린 자식의 성장을 책임져야 한다. 밖으로는 직장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능력과 성과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시기다. 안으로는 예전 같지 않은 몸이 수시로 신호를 보낸다. 어딘가 삐걱대고, 쉽게 지친다.
주변의 목소리는 더 커진다. 마흔쯤 되면 나만의 ‘브랜드’로 단단히 서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이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조급함도 느껴진다. 건강은 더 이상 자신할 수 없는 영역이 되었다. 운동과 식단 조절은 생존을 위한 의무에 가깝다. 친구들과 밤늦게 어울리는 일도 큰 결심이 필요하다. 다음 날의 피로와 책임을 감당할 자신이 점점 없어진다.
그래서 마음은 늘 길을 잃는다. 잠시 쉬면, 영원히 뒤처질 것 같은 불안감이 든다. 여유를 즐기면, 책임감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아 죄책감이 든다. 그렇다고 모든 걸 내려놓을 수도 없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손에 잡힐 듯한 성공이 아른거린다. 하지만 앞만 보고 달리자니, 소중한 것들이 스쳐 지나간다. 무엇보다 나 자신이 닳아 없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마흔은 참 어렵다. 정답은 없는데, 오답은 선명하게 보이는 시험 문제 같다. 어쩌면 나는 정답을 찾으려 하기 때문에 더 힘든 것일지도 모른다. 요즘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이런 부정적인 생각이 더 자주 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나는 이미 충분히 잘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자꾸 마음이 파도를 탄다. 아직 나의 수양이, 내 마음을 다루는 기술이 부족한 탓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