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갑자기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다. 부당한 지시나 비합리적인 상황에 부딪혔을 때다. 분노와 무력감이 동시에 치밀어 오르면 나는 나만의 응급처치법을 찾는다. 효과가 길지는 않지만 급한 불을 끄는 데는 이만한 것이 없다. 나는 취업 준비생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를 찾는다.
게시판의 모든 글에는 ‘간절함’이 묻어난다. 서류 합격에 기뻐하는 글부터, 면접 후기를 복기하며 아쉬워하는 글, 연봉과 복지를 묻는 질문까지. 특히 내가 다니는 회사를 목표로 하는 게시판을 집중적으로 본다. 그곳에는 ‘제발 들어가고 싶다’는 열망이 끓어 넘친다. ‘무슨 일이든 시켜만 주면 다 하겠다’는 다짐들을 엿볼 수 있다.
그 모습을 보며 까맣게 잊고 있던 내 과거를 떠올린다. 나도 저들처럼 간절하던 때가 있었다. 회사는 꿈의 직장이었고, 합격만 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회사에서 마주할 비합리적이고 부당한 일들조차 모두 성장의 과정이라 여기며 기꺼이 감수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어떤가. 일을 받을 때마다 내가 이걸 왜 해야 하는지부터 따진다.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일인지, 티가 나는 일인지,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인지를 먼저 계산한다. 순수했던 열정은 닳고 닳은 직장인의 계산적인 태도로 변해버렸다.
카페 글들을 읽고 나면 잠깐이나마 초심으로 돌아간다. ‘그래, 이렇게 좋은 회사를 다니고 있었지.’ 하는 생각에 없던 의욕도 잠시 샘솟는다. 파타고니아의 퇴사 면접에서는 왜 입사했는지를 묻는다고 한다. 아마 떠나는 순간에라도 가장 뜨거웠던 처음의 마음을 기억하게 해 주려는 것이 아닐까.
요즘 들어 취업 카페에 접속하는 횟수가 잦아졌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건 아니다. 다만, 일에 대한 의욕을 다시 느끼고 싶다. 초심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내 안의 꺼져가는 불씨를 다시 살려낼 작은 불쏘시개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