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위로

by 마흔로그

안 그래도 무거운 몸이 요즘 들어 더 무거워진 것 같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도 모르게 밥이나 면을 찾는다. 그렇게 한 끼를 가득 채워 먹고 나면 어김없이 후회가 밀려온다. 이런 악순환을 끊어내고 싶었다. 그래서 AI에게 조금 특별한 부탁을 했다. ‘직설적이고 팩트 폭행을 하는 어드바이저가 되어 과식하고 후회하는 나에게 충고를 해줘.’


AI는 예상대로 기분 나쁜 말들을 쏟아냈다. ‘마흔의 몸은 정직하다’, ‘오늘 먹은 탄수화물이 내일의 뱃살이 된다’ 같은 말들. 그렇게 한참을 잔소리를 듣고 있는데 예상치 못한 문장이 나타났다.


“당신은 의지력이 부족한 것이 아닙니다. 의지력 타령은 그만하세요. 매일 아침 일어나기 싫은 몸을 일으키고, 붐비는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고, 하기 싫은 업무를 해내는 당신은 이미 충분한 의지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소식 또한, 당신의 의지대로 해낼 수 있습니다.”


참나. 소식에 대한 자극을 받으려고 말을 걸었다가 괜한 위로를 받았다. 나는 나를 다그쳐줄 가혹한 조교를 원했는데 다정한 상담사를 만나버린 셈이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AI의 말이 맞았다.


나는 매일 아침 일어나고, 출근하고, 내게 주어진 책임들을 감당해 낸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어떻게든 내 삶을 낮은 각도로나마 우상향 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 모든 것을 해내는 나는 사실 꽤 의지력이 강한 사람이었다.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제목의 책도 있지 않은가. 삶은 본래 힘든 것이고 나는 그 속에서 충분히 잘 버티고 있었다.


AI와의 대화에 깊은 감명을 받으며 나는 점심을 먹고 있었다. 깨달음의 여운에 취해 무심코 밥 한 공기를 더 비웠다. 오늘 점심도 많이 먹었다. 나는 새로운 다짐을 한다. ‘오늘 저녁 전까지 간식을 먹으면 나는 정말 의지박약이다.’ 이 다짐은 나를 위로해 준 AI에게는 차마 말하지 못하겠다. 또 혼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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