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두 번, 나는 나만의 작은 사치를 계획한다. 점심시간이 되기 10분 전, 조용히 사무실을 빠져나온다. 그리고 15분을 걸어 늘 가던 순댓국 집으로 향한다. 북적이는 회사 근처를 벗어나 낯선 동네의 골목으로 들어서는 그 짧은 시간이 좋다.
가게에 들어서며 자리를 찾기도 전에 주문부터 한다. “다대기 넣어서, 특으로 하나요.” 혼잡한 점심시간, 나는 혼자지만 망설임 없이 4인용 테이블에 자리를 잡는다. 이 집의 가장 큰 장점은 혼자 온 손님에게 눈치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가게 아주머니는 넓은 자리로 스스럼없이 안내해 주신다. 그래서 혼자 점심을 먹어야 할 때면, 나는 항상 이 집을 찾는다.
자리에 앉아 잠시 기다리면 뜨거운 뚝배기와 함께 찬이 깔린다. 나는 먼저 찬으로 나온 생양파 조각에 쌈장을 듬뿍 찍는다. 그리고 국밥에 들어있는 순대 한 점을 건져 양파 위에 올린다. 한입에 넣는다. 아삭한 양파의 매운맛이 물컹한 순대의 고소함을 감싸며 조화를 이룬다. 이 조합을 발견한 과거의 나를 칭찬한다. 그렇게 순대 네댓 점을 먼저 해치운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밥을 먹을 차례다. 후추, 들깻가루, 새우젓을 듬뿍 친다. 그리고 국물부터 한 숟갈 떠먹는다. 간이 조금 세다. 완벽하다. 밥을 말면 간이 딱 맞도록 미리 계산한, 그야말로 이상적인 염도다. 공깃밥 한 그릇을 통째로 뚝배기에 쏟아 넣고 잘 섞어준다.
한 숟가락 가득 뜬다. 그 위에 새우젓에 담긴 작은 새우 한 마리를 올려 마무리한다. 그리고 입으로 가져간다. 뜨거운 국물과 밥알, 고기와 새우젓의 감칠맛이 입안에서 춤을 춘다. 그렇게 정신없이 먹다 보면 어느새 뚝배기는 바닥을 보인다. 만족스러운 시간이다.
계산을 하고 나와 일부러 먼 길을 택해 20분쯤 산책을 한다. 든든한 배와 따뜻한 기운이 온몸에 퍼진다.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른다. 그러다 문득 아주 거창한 결론에 다다른다. ‘아, 이게 행복이구나.’ 인생 뭐 있나. 이런 게 행복이지. 5만 원짜리 스테이크보다 1만 원짜리 순댓국 한 그릇에 더 큰 위로와 기쁨을 느끼는 나. 나는 그런 내가 꽤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