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의 고민이 나에게 돌아왔다

by 마흔로그

박사과정 초창기, 앞날이 캄캄하던 시절이었다. 친하게 지내던 후배와 저녁을 먹었다. 그는 학부를 졸업하고 바로 대기업에 들어갔다. 당시 3년 차, 모두가 부러워하는 직장인이었다. 그가 술잔을 기울이며 말했다.


“형, 나 회사 그만두려고요.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선배들이 보여요. 5년 뒤 내 모습, 10년 뒤 내 모습. 그런데 하나도 행복해 보이질 않아요. 나도 저렇게 될 것 같아서, 더 늦기 전에 다른 길을 찾아보려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속으로 생각했다. ‘배부른 소리 하고 있네.’ 나는 그가 말한 ‘행복해 보이지 않는 선배’가 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었다. 대한민국 수많은 10대, 20대가 그 자리를 목표로 고생한다는 사실을 그는 모르는 것 같았다. 철없는 투정처럼 들렸다.


시간이 흘렀다. 나는 마흔이 되었다. 박사 과정을 마치고 대기업에 들어왔다. 까마득하게 느껴졌던 바로 그 ‘행복해 보이지 않는 선배’의 나이가 된 것이다. 요즘 나는 가끔 우리 팀의 20대 막내 사원을 본다. 그리고 10여 년 전 그 후배의 고민을 떠올린다.


‘저 친구의 눈에,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5년 뒤, 10년 뒤에 닮고 싶은 롤모델일까. 아니면, ‘저렇게는 되지 말아야지’ 다짐하게 만드는 반면교사일까. 누군가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꽤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가온다.


후배들이 동경하는 선배란 어떤 모습일까. 빠른 승진? 압도적인 실력? 뛰어난 사회성? 아마 정해진 답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아닐 것이다’라는 확신은 있다. 일에 치여 사는 모습. 가정에 소홀한 모습. 늘 피곤에 절어 있는 모습. 자기 관리에 실패한 모습.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 같은 모습. 그런 선배를 닮고 싶어 하는 후배는 없을 것이다.


문득 오래전 그 후배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는 정말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만의 답을 찾았을까. 연락이 끊긴 지 오래되어 알 수 없다. 부디 그가 자신만의 행복한 길을 찾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다시 나에게 묻는다. 나는 나의 답을 찾고 있는가. 그 후배의 고민이 10년의 시간을 넘어 다시 나에게로 돌아왔다. 나는 아직 그 고민의 답을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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