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함께 사업을 했던 파트너사 팀장님께 연락이 왔다. 작년과 비슷한 사업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는데, 참여해줄 수 있겠냐는 제안이었다. 수입이 쏠쏠한 부업거리이니 연락을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나는 당연히 하겠다고 답했다.
스스로를 양산형이라 말하지만 어쨌든 나는 공학박사다. 그리고 지난 2년간은 대기업에서 팀장 직책을 맡고 있었다. 그 덕분인지 외부 여러 곳에서 세미나나 심사 같은 일들을 요청받았다. 페이가 나쁘지 않았기에 본업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열심히 N잡을 뛰었다. 2년 동안 부업으로 얻은 수입도 적지 않았다.
전화를 끊고 나서야 묘한 불안감이 밀려왔다. 파트너사 팀장님은 나를 여전히 ‘팀장님’이라고 불렀다. 예의상 예전 직책을 부른 것인지 아니면 내가 아직 팀장인 줄 아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정정했어야 했는데 타이밍을 놓쳤다. 만약 그들에게 필요했던 것이 '나'라는 사람이 아니라 '대기업 팀장'이라는 직함이었다면 어떡하지. 가만 생각해보니 올해는 이런 부업 제안이 눈에 띄게 줄었다.
팀장으로 일할 때는 그 직책의 무게가 버거웠다. 많은 책임과 사라진 저녁 때문에 어서 이 무게를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보니 내가 버거워했던 그 무게가 보이지 않는 혜택을 가져다주고 있었다. 나는 그 무게만큼의 기회를 얻고 있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 시작되었다. 견딘 무게와 수입은 정말 비례하는 걸까. 더 많은 수입을 위해 나는 다시 그 무게를 져야 하는 걸까. 무게를 지고 싶다고 해서 아무나 질 수 있는 것은 또 아니다. 내 능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무게는 어디까지일까. 그리고 나는 정말 어떤 삶을 원하는 걸까.
답을 내릴 수 없었다. 우선은 제안받은 일부터 잘 해내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다시 한번 나의 가치를 증명하면 된다. '팀장'이라는 직함이 아닌,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말이다. 무게의 크기를 고민하기 전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