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맨날 일만 해

by 마흔로그

주말 중 하루는 아내와 아이가 동네 놀이방에 간다. 공공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2~3천 원이면 두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저렴한 만큼 예약이 치열하다. 아내는 집에서 차로 30분 거리 안에 있는 대여섯 곳의 놀이방 중, 어떻게든 한 곳은 꼭 예약을 성공한다. 다른 예약은 잘 못하는 것 같은데 놀이방 예약만큼은 스페셜리스트다. 그 덕분에 나는 주말 중 두 시간의 온전한 자유를 얻는다. 외벌이 가장에 대한 아내의 배려다. 표현은 잘 못하지만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오늘도 나는 두 사람을 놀이방에 데려다주고 끝나는 시간에 맞춰 다시 데리러 갔다. 차에 올라탄 아내가 키득거리며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놀이방에서 아이가 처음 보는 다른 아이와 함께 놀고 있었다고 한다.


그 아이가 먼저 우리 아이에게 말했다.

“우리 아빠는 맨날 핸드폰으로 영상만 보고 나랑 안 놀아!”


그러자 우리 아이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맞장구를 쳤다.

“내 아빠는 맨날 일만 해!”


나는 아내의 이야기를 들으며 처음에는 웃었다. 세 살배기 아이들의 대화가 순진하고 귀여웠다. 하지만 차를 몰아 집으로 오는 동안, 아이의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내 아빠는 맨날 일만 해.’ 웃음기가 사라지고 마음 한구석이 아려왔다. 나는 아이와 많이 놀아준다고 생각했다. 퇴근 후, 주말, 틈만 나면 아이와 함께였다. 그런데 아이의 눈에는 그 모든 시간이 부족했던 모양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나는 아내에게 투덜거렸다.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어. 애 눈에는 내가 그냥 돈 버는 기계로 보이나 봐.” 아내는 아무 말 없이 웃으며 넘겼다. 집에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 본다. ‘일만 하는 아빠’와 ‘영상만 보는 아빠’. 둘 중 누가 더 나은 아빠일까. 정답 없는 질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그 다른 아빠보다는 조금 더 낫지 않았을까. 그런 못난 자기 위안을 해본다.


나는 이런 말을 듣고 싶다. ‘가족을 위해 힘들게 일하시는데, 틈날 때마다 놀아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물론 세 살 아이가 이런 말을 할 리는 없다. 하지만 아이의 마음속에 나는 그런 아빠로 기억되고 싶다. 나는 아이에게 향한다. “기다려라, 딸! 오늘은 아빠가 어제보다 10초 더 간지럽혀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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