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아지고 있다

by 마흔로그

1년 전의 양재천과 오늘의 양재천은 같은 장소였지만 그곳에 서 있는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작년 여름 어느 날, 나는 비장한 마음으로 양재천에 섰다. 나에게 달리기를 전파한 회사 선배가 처음으로 10km를 함께 뛰어주기로 한 날이었다. 며칠 전부터 긴장했고 전날에는 잠까지 설쳤다.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이른 아침부터 이온음료를 마시고 5km 지점에서 먹을 에너지젤까지 꼼꼼히 챙겼다.


그날 나는 7분 페이스로 10km를 완주했다. 당시의 나에게는 히말라야 등반만큼이나 대단한 기록이었다. 그날을 기점으로 달리기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다. 나를 이끌어준 선배에게는 지금도 감사한 마음이다.


그리고 오늘, 나는 친구들과 다시 양재천에 섰다. 이제 막 달리기를 시작한 지 한 달 된 친구의 10km 도전을 함께하기 위해서였다. 어젯밤에는 설레는 마음으로 숙면을 취했다. 아침에는 물 한 잔만 마시고 가볍게 나섰다. 에너지젤은 챙기지 않았다. 이제 그건 내게 과한 설정이다. 우리는 7분 20초 페이스로 10km를 함께 달렸다. 나는 전혀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 막 10km를 완주한 친구의 벅찬 표정을 보는 것이 더 큰 기쁨이었다. 친구는 작년의 나처럼 함께 해준 나에게 고마워했다.


1년 전의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모습이다. 누군가를 이끌고 함께 달려주다니. 아직은 초보자 수준에 불과하지만 입문자에게는 길을 터줄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마흔이라는 나이는 성장의 끝이 아니었다. 꾸준히 시간을 들이면 몸은 정직하게 발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달리기를 마치고 우리는 근처 순댓국 집으로 향했다. 뜨끈한 국밥을 앞에 두고 한 친구가 말했다. “우리 20년 전에는 밤새 술 마시고 해장하러 여기 왔는데. 이젠 새벽에 운동하고 밥 먹으러 오네.” 모두가 웃었다. 그 웃음 속에는 씁쓸함보다 건강하게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뿌듯함이 섞여 있었다. 나는 1년 전보다 성장했고 20년 전보다도 성장했다.


이제 나만의 성취를 넘어 함께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이 나로 인해 조금씩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요즘 나의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된다. 느리지만 나는 분명히 나아지고 있다. 함께 달려준 친구들이 새삼 고맙게 느껴지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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