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구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이 있다. 나는 아침 러닝을 하는 날이면 운동 기록을 캡처해서 그 방에 올린다. 처음에는 나 혼자였지만 내 덕분에 러닝에 입문한 친구 둘이 합세해 이젠 세 명이 기록을 공유한다. 나는 이 즐거움을 다른 친구들도 함께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런데 어느 날 달리기를 하지 않는 한 친구가 뼈 있는 질문을 던졌다. “그렇게 열심히 달리는데 왜 살은 안 빠져? 1년이나 달렸으면 이제 70킬로대는 되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나는 여전히 비만이다. 키 180센티미터에 몸무게는 95킬로그램. 물론 작년에 비하면 3킬로그램이 줄었고 건강검진 수치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하지만 모두의 가장 큰 관심사인 ‘체중’에는 드라마틱한 변화가 없었다.
체중이 줄지 않는 이유는 사실 나도 내 친구들도 모두 알고 있다. 간단하다. 나는 많이 먹는다.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고,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는 것을 더 좋아한다. 하루에 두세 번 찾아오는 이 확실한 행복을 나는 도저히 포기할 수 없다. 물론 요즘 건강 책을 읽으며 몸에 나쁜 가공식품은 조금씩 멀리하고 있다. 하지만 ‘맛있는 것을, 많이 먹는다’는 내 인생의 대원칙은 변하지 않았다.
친구들은 말한다. 밥을 딱 두세 숟갈만 줄여도 살이 빠질 거라고. 나도 그 사실을 안다. 하지만 그게 잘 안된다. 나는 ‘먹기 위해 달린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운동으로 얻은 칼로리 소모의 자유를 식탁 위에서 마음껏 누린다. 그것이 나의 가장 큰 달리기 동기부여였다.
그런데 요즘, 이 단단한 합리화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달리기 기록에 욕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체중이 줄면 러닝 페이스가 눈에 띄게 좋아진다고 한다. 3개월 뒤에는 하프 마라톤 대회에 나간다. 작년보다 좋은 기록을 내고 싶다. 그러려면 연습만큼이나 체중 감량이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나는 아주 소심한 목표를 세운다. 밥을 먹을 때, 딱 한 숟갈만 덜어내는 것. 우선 그것부터 시작해 보기로 한다. 물론 그것마저 실패할 수도 있다. 만약 못 줄인다면… 뭐, 어쩔 수 없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