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수라는 달콤한 유혹

by 마흔로그

브런치에 글을 쓴 지 한 달 정도 되었다. 거의 매일 한 편씩 글을 올렸으니 서른 개 남짓한 이야기가 쌓였다. 하루 평균 조회수는 10회 정도다. 나는 그 숫자에 만족했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첫 번째 이유는 나를 기록하기 위함이다. 두 번째는 먼 훗날 딸아이가 ‘아빠는 젊었을 때 이런 생각을 했구나’ 하고 봐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마지막은 언젠가 책을 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의 소중한 재료로 삼기 위해서다.


그래서 조회수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물론 많은 사람이 봐주면 좋겠지만 이제 막 시작한 글쓰기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그래서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들에게도 아직 글의 존재를 알리지 않았다. 글이 100개 혹은 300개쯤 쌓이면 그때 공개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제 신기한 경험을 했다. 퇴근 후 무심코 브런치 앱을 열었는데 조회수 알림 숫자가 이상했다. 갑자기 하루 조회수가 900건을 넘어 있었다. ‘할머니가 돈 벌어’라고 외쳤던 딸아이의 에피소드 글이었다. 나는 시스템 오류라고 생각했다. 껐다 다시 켜도 10이 아니라 900이었다. 알아보니, 정확하진 않지만, 다음 포털 메인에 내 글이 소개되면 이런 일이 생긴다고 한다. 심장이 뛰었다. 내가 쓴 글을 900명이나 읽었다니.


숫자는 중독성이 강하다. 나는 그날 수시로 브런치 앱을 들여다봤다. 조회수가 1,000을 넘을까. 내일은 2,000이 될까. 관심이라는 달콤한 마약에 취해가는 기분이었다. 마음 한구석에서 욕심이 고개를 들었다. 매일 1,000, 2,000의 조회수를 목표로 글을 써볼까.


하지만 나는 안다. 이것은 실력이 아니라 운이라는 것을. 고작 30개의 글이다. 꾸준함이라고 말하기에도 민망한 양이다. 나의 글이 갑자기 대단해진 것이 아니다. 그저 수많은 콘텐츠의 바다에서 우연히 내 글이 잠시 수면 위로 떠 올랐을 뿐이다. 이 우연한 행운을 나의 실력이라 착각하는 순간 나의 글쓰기는 길을 잃을 것이다.


벌써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었다. 나는 다음 글감을 고민하며 나도 모르게 ‘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없을까’ 하고 기억을 짜낸다. 진솔한 내 생각을 기록하려던 처음의 마음은 사라지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소재를 찾고 있었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했다.


나는 다시 나의 첫 번째 이유를 생각한다. 글쓰기는 나를 위한 기록이다. 조회수는 그 과정에서 따라오는 보너스일 뿐 목적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솔직히 지금 이 기분은 아주 좋다. 나의 글을 어제 900명이나 읽어줬다. 하루가 지난 오늘도 400이 넘어가고 있다. 이 짜릿한 기쁨은 우선 온전히 즐기기로 한다. 이 기쁨이 내일 또 다른 글을 쓸 힘을 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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