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쓸 수 없는 이유

by 마흔로그

한 달 넘게 거의 매일 키보드를 두드렸다. 마흔 개 남짓한 글이 나의 브런치 서랍에 쌓였다. 글쓰기는 혼란스러운 내 머릿속을 정리해 주는 유일한 도구였다. 막연한 감정들이 문장이 되는 순간 비로소 문제가 선명하게 보였다. 일종의 자가 치유와도 같았다. 이대로라면 100일을 넘어 평생의 습관이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며칠 째 나의 브런치는 조용하다. 쓸 이야기가 없어서가 아니다. 쓰고 싶은 이야기가 없어서다. 직장에서는 연말이 다가오며 처리해야 할 일들이 계속 늘어난다. 집에서는 아이가 늦게까지 잠들지 않아 아내와 나 둘만의 시간은 사라진 지 오래다. 늦은 밤, 깊은 한숨 소리만이 남는다. 얼마 전 놓쳐버린 집의 가격은 보란 듯이 그사이에 또 올랐다. 좋은 일은 하나도 없는데 안 좋은 일은 한꺼번에 몰려온다.


이런 상황에서 글을 쓰려고 하면 결국 푸념만 나온다. 어제의 푸념, 오늘의 푸념, 내일도 이어질 것 같은 푸념. 나는 나의 공간을 그런 푸념들로만 채우고 싶지는 않다. 내 글이 한심한 불평의 기록이 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 그래서 나는 글쓰기를 멈췄다.


마흔이란 나이는 원래 다 이런 걸까. 기쁨은 짧고 책임의 무게는 길다. 좋은 일은 가뭄에 콩 나듯 아주 가끔 찾아오고 힘든 일은 예고 없이 쓰나미처럼 몰려온다. 그저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것이 어른의 삶이라는 것일까. 버티다 보면 정말 좋은 날이 오기는 할까.


이 모든 스트레스의 근원은 결국 하나다. 바로 ‘직장인’이라는 나의 신분이다. 남의 돈을 받는 삶에서 벗어나 조기 은퇴를 해야 이 굴레가 끝날 것 같다. 하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려면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의 이 생활을 더 견뎌내야 한다. 더 치열하게 일하고 더 아껴야 한다. 벗어나기 위해 더 깊이 갇혀야 하는 상황. 이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오래된 질문과도 같다. 나는 오늘도 그 답을 찾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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