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운 좋게도 '사람 복'이 있다. 9년 전 첫 직장에 입사한 이후, 진심으로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고 일과 삶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동료들을 만났다. 그중에서도 띠동갑 정도 위인 모 팀장님은 각별한 분이다. 예전 같은 팀에서 인원을 맺은 뒤로, 서로 소속이 바뀌고 근무지가 멀어져도 꾸준히 연락하며 지내왔다. 내 상황에 따라 때로는 칭찬을, 때로는 뼈아픈 충고를 아끼지 않는 분이기에 휴직 결정을 가장 먼저 알린 사람 중 한 명도 그였다.
며칠 뒤, 팀장님과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그간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외벌이 가장으로서의 경제적 압박과 9년간 쌓아온 커리어가 끊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대해. 다행히 그동안 모아둔 자산을 축내지 않는 선에서 수입과 지출 계획을 꼼꼼히 세워두었다는 점, 그리고 커리어의 연속성보다는 지금 내 인생에서 더 중요한 가치들을 선택하기로 했다는 점을 말씀드렸다. 며칠 전 지도교수님께 들었던 강한 만류의 이야기도 덧붙였다.
잠자코 내 이야기를 듣던 팀장님은 예상치 못한 대답을 내놓았다.
"1년 정도 쉰다고 네 커리어가 어떻게 되는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휴직하고 돌아와서 더 잘 나가는 사람들도 많아."
그 순간,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있던 불안 한 조각이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었기 때문이다. 팀장님은 이어 나와 비슷한 시기에 휴직을 하고도 현재 회사 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 중인 인물들을 하나하나 열거해 주셨다. 평소 휴직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그들도 실은 각자의 사정으로 한 템포 쉬어가는 시간을 가졌다는 사실이 내게는 큰 위안이 되었다.
팀장님의 조언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내 시선을 내가 아닌 아내에게로 돌려주었다.
"제수씨한테 정말 감사해야 한다. 네가 어떤 마음인지 이해한다 해도,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에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거야."
그 말을 듣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돈은 내가 벌 테니 당신은 아이에게 조금 더 신경 써달라"라고 말했던 것은 바로 나였다. 그런 내가 이제 와서 휴직을 하겠다고 했을 때, 아내가 느꼈을 당황스러움과 불안함은 어쩌면 나의 것보다 컸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내 결정을 지지해 준 아내의 마음을 나는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
맛있는 거 먹고 싶으면 언제든 연락하라는 훈훈한 격려를 끝으로 자리는 마무리되었다.
지도교수님의 우려와 팀장님의 응원은 분명 상반된 것이었다. 한 분은 멈춤의 위험성을 경고했고, 다른 한 분은 멈춤의 가능성을 지지했다. 하지만 그 상반된 목소리가 도달하는 결론은 결국 하나였다. 이 소중한 시간을 절대로 허투루 보내지 말 것.
교수님의 경고는 나를 긴장하게 만들고, 팀장님의 응원은 나를 행동하게 만든다. 그리고 아내에 대한 고마움은 내가 왜 이 시간을 가치 있게 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가장 강력한 이유가 되었다. 이제 남은 6주, 나는 이 소중한 휴직 기간을 채워나갈 준비에 더 박차를 가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