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생활비 340만 원. 지출 계획을 통해 도출된 이 숫자를 어떻게 현실로 만들 것인가. 이제 막연한 희망이 아닌, 냉정한 수입 계획을 세워야 할 차례다. 만약 이 현금흐름을 제대로 설계하지 못한다면, 휴직 기간은 성장의 시간이 아니라 모아둔 돈을 까먹는다는 불안에 잠식당하는 괴로운 시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설계한 수입 파이프라인은 크게 세 갈래다. 국가에서 지급하는 육아휴직급여, 그동안 모아 온 자산을 활용한 배당 ETF, 그리고 나의 전문성을 이어갈 대학원 시간강사 수입이다.
첫 번째는 육아휴직급여다. 2026년 현재 고용보험에서 지급하는 급여는 첫 3개월간 250만 원, 이후 3개월은 200만 원, 그 뒤로는 160만 원으로 줄어든다. 초기 6개월은 생활에 큰 힘이 되지만, 7개월 차부터 지급되는 160만 원은 우리 가족 최소 생활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나는 이 변동성을 제어하기 위해 지급액의 균형을 맞추는 작업을 했다. 초기 3개월간 받는 250만 원 중 50만 원씩을 따로 떼어 적립해 두었다가, 급여가 160만 원으로 줄어드는 7개월 차부터 매달 40만 원씩 보태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휴직 10개월 차까지는 월평균 200만 원 수준의 현금흐름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배당 ETF를 통한 현금흐름이다. 전세 대출을 모두 상환한 뒤 알뜰하게 모아 온 자산을 이제 월 분배금을 주는 배당주 위주의 ETF로 전환하기로 했다. 주식 투자를 시작한 이래 큰 대박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재산을 증식해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미국배당다우존스, 국내 리츠, 미국 장기채권 등을 조합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원금 손실의 위험은 언제나 따라다니지만, 세후 연 5% 수준의 분배금을 매월 나누어 받을 수 있도록 세팅함으로써 부족한 생활비를 메우는 든든한 보루를 만들었다.
마지막은 대학원 시간강사 수입이다. 몇 년 전부터 평일 야간이나 주말 시간을 활용해 모 대학원에서 강의를 해왔다. 단순한 부수입 이상의 의미가 있는 일이다. 기술의 변화가 극심한 직종인 만큼,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나 스스로를 강제로 공부하는 환경에 노출시키는 효과가 크다. 또한 현업과 학업을 병행하는 열정적인 학생들과 소통하며 받는 자극은 내 삶의 큰 동기부여가 된다.
휴직 기간에는 이 강의를 기존 학기당 1개에서 2개로 늘릴 계획이다. 육아휴직급여가 줄어드는 가을 학기부터 강의를 늘리면 경제적인 보탬은 물론, 커리어 관리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최근 내가 느끼는 AI에 대한 위기감을 수업 내용에 녹여내며 깊이 있게 들여다볼 기회로 삼으려 한다. 육아휴직 급여를 받으면서 추가 노동 소득이 150만 원을 넘기면 급여가 중단된다는 규정이 있지만, 시간강사 수입은 이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투자 시간 대비 효율이 높은 훌륭한 수입원이다.
육아휴직급여, 배당 ETF, 그리고 시간강사 수입. 이 세 가지가 맞물려 돌아가는 시뮬레이션을 마치고 나니 비로소 확신이 생겼다. 340만 원이라는 현금흐름은 충분히 가능하다.
이제 경제적인 준비는 끝났다. 당당하게 가족에게 계획을 공유하고, 회사 시스템의 '휴직 신청' 버튼을 누를 자신감이 생겼다. 가장의 책임감이라는 무게는 여전하지만, 이제는 그 무게를 견디며 앞으로 나아갈 실질적인 대책이 준비된 셈이다. 이제는 이 소중한 시간을 어떻게 채워나갈지, 나만의 ‘To-Do List’를 작성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