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높은 점수를 준 지원자

by 마흔로그

신입 개발자 공채 면접관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유독 기억에 남는 지원자 한 명이 있었다. 그는 소프트웨어 개발과는 무관한 학부를 졸업했고, 전혀 다른 분야에서 3년쯤 경력을 쌓았다. 굳이 새로운 도전을 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 안정적인 직종이었다. 서류를 보니, 개발자가 되기 위해 지난 2년간 홀로 많은 준비를 한 듯했다.


나는 그에게 질문을 하나 던졌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다른 지원자들과 비교했을 때, 본인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많은 지원자들이 이 질문 앞에서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길 주저한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그는 자신의 약점을 망설임 없이 이야기했다. 개발 기술 자체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재미있어서 더 많은 시간을 쏟아부으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었다고. 하지만 근본적인 차이는 다른 곳에 있었다. 컴퓨터 구조, 운영체제 같은 컴퓨터 공학의 기초 말이다. 전공자들과 협업하다 보면, 그 기초에서 비롯되는 생각의 깊이가 다를 때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자신은 그런 기반을 공부해 본 적이 없기에, 그 차이를 더 절감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제 막 그 기초 공부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솔직한 답변이었다.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그리고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 그의 말에서는 자신의 한계를 직시하고 기꺼이 발전하려는 사람의 단단함이 느껴졌다. 그 담담한 인정이, 그가 말한 장점마저 진짜라는 신뢰를 주었다.


나는 그날 면접을 본 지원자들 가운데 그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주었다. 그가 최종적으로 합격했는지는 알 수 없다. 면접관의 역할은 거기까지였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다. 그런 태도를 지닌 사람이라면, 결국 어느 곳에서든 자신의 길을 찾을 것이다. 그날의 경험은 면접관이었던 나에게도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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