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할 수 있는 것들

by 마흔로그

제현주 작가의 책 『일하는 마음』에 깊이 공감한 구절이 있다.

"누가 어떤 질문을 해오든 잘 대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내가 잘 아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확신도 있었다. 그리고 이런 믿음은 결국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서, 그 자체로 순수하게 즐거운 감각이다. 더 나이 들기 전에 그렇게 자신에 대한 단단한 믿음을 가질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다른 비결은 없다. 그저 묵묵히 시간을 들이는 것, 그게 글쓰기든 요리든 달리기든 그림 그리기든 무엇이든. 시간을 들인 효과는 누구보다 먼저 자신이 알게 된다."


나는 이 문장들, 특히 ‘자신에 대한 단단한 믿음’이라는 표현에 밑줄을 그었다. 나는 엔지니어다. 명확한 인과관계를 좋아한다. 하지만 내 뜻대로 되는 일이 별로 없는 세상이다. 회사와 가정, 그 어디에도 완벽한 통제란 없다. 그래서인지 무언가를 온전히 내 힘으로 다루고 있다는 감각은 더 소중하다. 그 감각이 무력한 순간에 나를 지탱해 주는 단단한 자존감이 된다.


1년 전 시작한 조깅이 그랬다. 처음에는 건강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과정 자체를 즐긴다. 힘들게 숨을 내뱉는 소리, 규칙적으로 땅을 구르는 발소리. 그 모든 것이 살아있다는 증거 같았다. 스마트워치에 기록되는 숫자들은 나의 노력을 객관적으로 증명해 주었다. 묵묵히 시간을 들인 만큼, 몸은 정직하게 반응했다. 달리는 거리가 늘었고, 속도가 빨라졌으며, 심박수는 안정되었다. 나의 달리기는 온전히 나의 통제 아래 있었다. 그것은 분명 계산된 노력에 대한 순수한 보상이었다.


하지만 삶의 모든 영역이 그렇지는 않다. 회사에서의 내 역할은 갑작스러운 조직 개편으로 하루아침에 바뀐다. 사람들과의 관계는 작은 오해 하나로 멀어지기도 한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그 어떤 계획으로도 예측할 수 없다. 나의 노력만으로 온전히 통제할 수 없는 문제들. 최근 나를 힘들게 했던 것들은 대부분 그런 종류의 일들이었다. 통제하려 할수록 스트레스만 커졌다.


그래서 나는 다짐한다.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명확히 구분하기로. 글쓰기, 독서, 그리고 달리기. 이런 작은 세계 안에서 나는 성실하게 나의 시간을 들인다. 그 안에서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나에 대한 믿음을 키운다. 이것이 나의 새로운 생존 전략이다.


그리고 통제할 수 없는 큰 파도들은, 그저 흘러가게 두기로 한다. 커리어의 변화나 관계의 어려움 같은 것들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질 것이다. 지금의 불안도 언젠가는 다른 풍경으로 보이겠지. 그때까지 나는 내가 달릴 수 있는 트랙 위에서, 묵묵히 나의 달리기를 계속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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